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난 주 새로 바뀐 당헌에 따라 당직개편을 21일 단행했다.
사무총장에는 최연희(강원 동해 삼척) 의원, 대변인에 이계진(강원 원주)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대표비서실장에는 유정복(경기 김포) 의원, 홍보기획본부장에는 정병국(경기 양평 가평) 의원, 전략기획본부장에는 엄호성(부산 사하갑) 의원을 앉혔다. 의총 추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정책위의장에는 서병수(부산 해운대 기장갑) 의원이 내정됐다.
최연희 사무총장은 검사 출신,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계진 대변인은 방송 아나운서 출신의 초선. 역시 초선의 유정복 비서실장은 김포시장을 지냈다. 정병국 홍보본부장은 이른바 소장파 의원으로 그간 박근혜 대표와 대립 각을 세워 비주류로 분류돼 왔다. 엄호성 전략본부장은 경찰간부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이번 인사에서 박 대표가 주안점을 둔 것은 ‘외연 확대’다. 주요 당직에 가급적 비(非)영남권 인사를 앉히고, 소장파 핵심 중 한 사람인 정병국 의원을 발탁한 게 그렇다. 당직에서 소외됐던 인사들을 배려한 흔적도 역력하다.
‘영남 이미지’를 털면서, 자기 사람에게만 집착한다는 주변의 비판도 불식시키려는 이중 포석인 셈이다. 그래서 “화합형 인사”, “광폭 인사”라는 비교적 후한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아울러 유승민 비서실장, 전여옥 대변인 등 측근 그룹은 2선으로 완전히 후퇴시켰다. 내년 6월 대표직을 물러날 때까지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과 소소한 시비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진용이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치르고, 박 대표의 임기 말을 함께 해야 할 인사로는 중량감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이 엄존한다. 물론 “그만큼 박 대표가 당 장악에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박 대표는 바뀐 당헌에 따라 새로 선임할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에 그간 당직과 거리가 있던 호남, 충청 지역의 유력 인사를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당의 비토 또는 취약 지역을 끌어안기 위한 구상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박 대표가 그간 오해를 받은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컨텐츠가 없다”거나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번 인사는 이를 불식하기 위한 첫 조치로 볼 수 있다. 다음 단계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정책개발, 정국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대표가 명실상부한 ‘영남 이미지 불식’,‘광폭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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