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무관심과 내부 분열로 세력이 위축된 미국 노동계가 온라인 반격을 개시했다. 대상은 미국에서 흠모의 대상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전횡과 비리. 노동계는 이들의 터무니 없는 수입과, 불법 아웃소싱, 노동조건 위반 등을 데이터 베이스화한 인터넷 사이트(www.workingamerica.org)를 지난 17일 공개했다. 12월에 성차별 문제 등 자료가 대폭 보강될 이 사이트에는 무려 6만여 기업의 비리가 확보돼 있다.
노동계는 대부분 정보공개법(FOIA)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경영진이 종업원을 가혹하게 다루면서 자기 주머니는 불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온라인 공격이 경영진 비판에 집중되자 기업가들은 “입지가 축소된 노동계의 절망적인 몸부림”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문제의 데이터베이스는 최대 노조연합체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이 비정규직 지원을 위해 마련한 ‘워킹 아메리카(WA)’의 피츠버그 지부가 개설했다. 100만 회원을 지닌 WA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일 8만700명이 실직하며, 4,227명이 파산신청을 한다. 4,500만 명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1,100만 아동이 부실 학교에 다닌다.
CEO들은 이런 현실과 딴판인 배부른 세상에 살고 있다. 2004년 주요 기업 CEO의 평균 수입은 공장 노동자(2만7,485달러)의 360배가 넘는 984만 달러였다. CEO 가운데 수입 1위를 차지한 테리 시멀이 벌어들인 1억930만 달러는 무보험 노동자 5만3,000명에게 의료보험 혜택을 주거나, 여성 노동자 2만7,000명에게 1년간 탁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액수다.
노동계는 이런 정보를 해당 기업이나 지역 노동자들에게 제공해 권리보호에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 산업지대인 미시간주의 경우 해외 아웃소싱을 한 71개사, 보건ㆍ안전 규정을 위반한 1,951개 기업 명단과 그 실태가 제공된다. AFL-CIO은 “특히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나 이후 ‘경비절감’에 나선 기업의 노동자들에게 자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반격에 대해 고용주 단체들은 다른 현안을 무시한 비열한 공격이라고 맞대응 하고 있다. 전미제조업자협회(NAOM)는 “노동계가 20년간 반기업적 비난을 해왔으나 아직 반향을 얻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온라인 공격이 AFL-CIO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다. 50년 전 전체 노동자 3분의 1의 목소리를 대변한 AFL-CIO의 작년 현재 노동자 가입율은 12.5%에 그쳐 있다.
매릴랜드대학 피터 모리시 경영학교수도 노동계가 자기 발등을 찍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AFL-CIO가 노동자 권익보호가 아닌 경영주 공격을 하면 기업들의 해외 아웃소싱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WA측은 “날마다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고, 노동자 건강과 안전이 위협 받는 지금 CEO들의 터무니없는 수입에 의문이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며 노동현실 조명을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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