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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APEC을 결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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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APEC을 결산하며

입력
2005.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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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18일 만난 파푸아 뉴기니 대표는 이번 회의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옆에 있던 말레이시아 대표도 자기가 다녀 본 APEC 회의 중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회의라고 하였는데 손님으로서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이번 회의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게 수고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테러 예방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경비를 섰던 경찰, 생업을 쉬면서까지 협조한 노점상, 출퇴근길의 불편함을 참고 차량2부제에 참여한 시민, 손님맞이에 정성을 다한 자원봉사자, 그 분들이 있었기에 훌륭하게 국제회의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외국 대통령이 올 때 김포공항에서부터 시민들이 환영을 하고 미국 대통령이라도 방문하는 경우엔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영접을 하는 큰 국가적인 행사로 여기던 우리나라가, 이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세계의 4대 정상을 한번에 초청하여 당당한 주인공으로서 국제회의를 치른 것은 참으로 의의가 크다.

●성공개최 뒤의 숨은 공로자

굳이 옛날 얘기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지금도 북한에서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국가원수를 맞아들이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고,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방문할 때 한복과 꽃다발을 든 인파를 평양 순안공항에서부터 시내까지 도열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정상들의 만남 자체의 의의에 못지않게 내용상으로도 중요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무역과 투자의 활성화를 위한 부산 로드맵이 제시되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진전을 촉구하는 정상들의 특별성명도 채택되었다.

지역주의 확산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WTO를 중심으로 한 범세계적인 무역체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회의에서 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또한 한ㆍ중, 한ㆍ러 회담을 통해 두 나라와의 경제 현안 문제를 해결하며 무역투자를 실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미국과의 회담에서는 북 핵 문제 해결 협조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일본에 대하여는 역사 인식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APEC 기후센터가 부산에 설립되었으며 우리 기업들은 APEC을 통해 5억 달러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였다. 부산발전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APEC 개최로 4,300억 원의 경제적 효과와 4,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APEC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물론 있었는데 최근 국제회의가 열리는 곳에서 항상 보아왔던 반(反)세계화 운동의 하나로 간주하기에는 도를 넘어섰다. 전교조가 학생들의 균형된(?)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반 APEC 교육을 하였는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아이들에게 이웃나라 국가 정상들을 배척하고 국제적인 행사를 비판하는 교육을 조직적으로 전개한 사례는 없다.

세계화가 빈부격차를 늘린다는 주장도 일견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아프리카의 나라들이나 북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문제는 세계화 자체가 아니라 세계화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빈곤의 원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는 길도 격렬한 시위를 통해 세계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이번 회의에서도 논의된 바와 같이 세계화 경험을 공유하고 과실을 나누는 데에 있다.

●세계화는 함께 나누는 것

앞으로 APEC과 우리나라가 헤쳐 나가야 될 과제도 적지 않다. 2020년까지의 무역 자유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국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시장 장벽을 철폐해 나가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이번 회의에서 경제통상 분야의 성과가 적었는데 FTA를 포함한 협력 확대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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