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 제공자에게 ‘보상금’을 준 사실을 밝힌 데에는 MBC ‘PD수첩’의 취재가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PD수첩’은 지난 여름 난자매매 의혹 등에 관한 제보를 받고 취재를 해왔으며, 그 내용을 21일 밤 11시5분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에서 방송할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리 논란의 초점인 연구원의 난자 제공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점. 최승호 책임PD는 “난자 제공자로 지목된 두 여성 연구원이 인터뷰를 거부하고 ‘황 교수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되풀이했으나, 이중 한명이 미즈메디병원에서 난자채취시술을 받은 의료기록을 찾아냈다”며 “방송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네이처에 이 문제를 보도한 시라노스키 기자도 인터뷰에서 “나와 전화 인터뷰한 연구원이 (난자를 채취한) 병원 이름까지 정확히 얘기했다”면서 이후 번복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난자 제공자에게 주어진 돈의 성격도 노 이사장의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PD수첩’은 “직접 만나본 난자 제공자들은 황 교수측이 강조해온 ‘자발적 기증자’로 보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상당액의 카드빚이 있거나 경매로 집이 넘어갈 상황에 처한 여성, 용돈을 벌기 위해 난자를 팔았다는 20대 여성도 있었고, 이들 모두 “경제적 형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난자를 매매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또 연구목적을 명시한 동의서에 사인을 받았다는 노 이사장의 해명과 달리, 이들 중 일부는 “불임 부부들을 위해 쓰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취재팀은 황 교수팀 연구에 관여한 한양대병원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PD수첩’은 이밖에도 또 다른 관련의혹을 취재 중이며 최근 윤리 논란이 벌어진 뒤 연구팀과 정부, 언론의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함께 조만간 후속 보도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PD수첩’의 방송내용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국익’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PD수첩’ 게시판에 오른 글들은 ‘시청률을 위해 국익을 버렸다’는 등의 비난 일색이었다.
안모씨는 “무조건 까발리는 게 다는 아니다. 때론 언론이 국익을 위해 덮어야 하는 것도 있다”고 주장했고, 최모씨는 “황 교수가 이번 주 중 사실을 밝히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폭로하는 것은 선정주의”라고 비난했다. “열 받아서 황 교수 후원회에 가입하고 돈 5만원을 냈다”(윤모씨)는 등 황 교수에 대한 격려 글도 잇따랐다.
최 책임PD는 이에 대해 “국익을 위해 사실을 은폐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끼리 숨긴다고 숨겨질 일도 아닐 뿐더러 숨기려는 시도 자체가 황 교수팀은 물론 우리 과학계 전체에 더 큰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무엇이 더 큰 국익인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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