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인수합병(M&A)의 거센 태풍이 휘몰아 치고 있다.
중견 기업들이 기존 건설회사 인수를 통해 건설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데다 법정 관리중인 대형 건설 회사들도 조만간 M&A 시장에 매물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신규 진출
우선 중견 기업들이 눈에 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덩치’를 키우기에 적합하고, 기업이 갖고 있는 유휴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계열사 건설 물량을 소화해 매출 증대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JR건설(옛 진로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계열사 공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해외건설 면허를 소유한 JR건설을 통해 장기적으로 해외 공사도 수주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업이 주력인 쎄븐마운틴그룹도 올 2월 중견 건설업체 우방을 3,500억원에 인수한 뒤 서울 강남권에서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하는 등 건설사업에 본격 나섰다.
또 대한통운은 그 동안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참여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건설업계 진출을 선언했다. 터미널, 항만, 택배집하장 등 자체 공사물량만 연간 500억원에 달해 건설업 진출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STX그룹은 올 초 STX엔파코의 건설부문을 떼어내 계열사로 STX건설을 새로 만들었다.
●대형사 매물 관심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쌍용건설, 건영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거나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형 건설사들은 M&A시장의 최대 관심 물량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올해 8월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웅진건설을 자체 설립한 웅진그룹은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이 M&A 시장에 나오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전남지역 건설업체인 대주건설도 군인공제회 등과 손잡고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엠코도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각 기업들의 잇단 건설업 진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중견기업의 건설업 진출이 기업의 수익성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동반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진로와 쌍방울 등 상당수의 기업들이 무리하게 건설사업에 진출했다가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기존 업종과 건설업과의 사업 연계성이 높은 경우에는 매출 증대 등의 긍정적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로와 쌍방울의 예처럼 실패를 겪을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충분한 사업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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