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보험이 뭐지?”
이름부터 생소했다. 2001년 가을 온라인 자동차보험이 첫 선을 보였을 때 국내 운전자들의 반응은 ‘호기심 반, 시큰둥 반’이었다. 설계사나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직접 가입하는 상품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얼굴을 보지 않고 어떻게 보험에 들어? 좀 불안한데”라며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고속 성장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출범 첫 해 시장 점유율 1%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4월 5%를 넘어섰고, 지난 8월에는 마침내 두자릿수에 진입했다. 반짝 열기가 아니라, 갈수록 탄력이 붙는 양상이다.
이 같은 온라인보험 돌풍의 중심에 교보자동차보험 신용길(53) 사장이 있다. 교보자보는 자동차보험의 ‘블루오션’인 온라인보험 시장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척했고, 지금도 온라인보험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신 사장은 모기업인 교보생명의 재무관리팀장, 자산운용본부장, 법인영업본부장을 거쳐 2002년 초부터 교보자보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IT 비즈니스 기반 등을 감안할 때 성공은 확신했지만 이렇게 빨리 클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온라인보험이 3%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2년 만에 이뤄냈거든요.”
온라인보험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가격이다. 설계사나 대리점 몫으로 돌아갈 유통비용이 없어짐으로써, 오프라인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평균 15% 가량 낮아졌다. 인터넷환경에 익숙한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가격이 전부가 될 수는 없는 법.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이미지만 남겨줄 뿐이다. 신 사장도 초창기에 이 문제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보험에 가입하니까 사고가 나도 보상요원이 출동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처리되는 것 아니냐’고 묻더더군요. 안되겠다 싶어 보상네트워크를 획기적으로 늘렸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출동서비스는 오히려 더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했지요. 지금도 상대적 보상 요원 규모는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교보자보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자, 타 보험사들의 온라인 사업 진출이 줄을 이었다. 설계사와 대리점 조직 때문에 주저하던 대형 보험사들도 이젠 거의 모두 온라인 영업에 뛰어든 상태다. 지금 추세라면 2010년까지는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온라인 점유율이 30%, 최대 5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 지역에서는 교보자보의 점유율이 8%에 달하고 있어요. 온-오프 통틀어서 이미 2위권 경쟁을 하는 중입니다. 2010년쯤이면 전국 시장점유율을 12~13%선까지 끌어올려 확실한 2위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온라인 영업만으로도 정상을 넘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 사장은 현재 또 하나의 실험을 준비중이다. 자동차보험 뿐 아니라 상해보험도 본격적으로 온라인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현재 1년짜리 소멸성 상해보험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성공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내년에는 좀 더 드라이브를 걸어 볼 생각입니다. 주축은 자동차보험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종합손해보험사로 발돋움할 겁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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