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5월 퇴임 후 처음으로 대학 강연을 할 예정이며 전국 각지의 다양한 행사에도 참석하고 있다. 그 동안 ‘이미지 정치’에 주력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대중 정치’에 나선 것 같은 분위기다.
고 전 총리는 17일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 했고 19일에는 팬클럽 ‘고사모 우민회’가 서울역에서 개최한 헌혈 행사에 참여했다. 특히 23일과 다음달 1일에는 ‘통합의 리더십’을 주제로 연세대와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강연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청주와 부산, 마산, 광주 등을 돌며 지역행사에도 참석했으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옛 사진들을 다양하게 올려놓았다. 과거와는 다른 공세적 PR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속보(速步)는 외곽을 두드리는 활동만으로는 국민 지지를 유지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듯 하다. 특히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반사이익만을 거두는 소극적 자세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섰다고 한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구체적인 성과로 국민에 접근하는 상황도 그를 자극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분주한 일정 속에서 중요한 고민을 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참여 여부다. 주변에서는 “대권은 어부지리(漁夫之利)로 얻어지지 않는다”는 조언을 하기도 하고, “엉성하게 나섰다가는 그 동안 쌓은 이미지나 국민 지지를 단번에 날릴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재편을 보며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 전 총리와 가까운 민주당 신중식 의원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고 전 총리는 일단 대중 속으로 열심히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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