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을 준비하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전열정비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김무성, 유승민, 전여옥 의원 등 박 대표를 둘러싼 ‘측근 3인방’의 당직사퇴를 계기로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그간 당직을 맡느라 진이 다 빠져 좀 쉬어야겠다”고 잔뜩 연막을 피운다. 하지만 박 대표 동향에 예민한 이명박 서울시장 진영 등은 신경이 곤두서있다.
부지런히 사람을 모으며 진용을 갖춰온 이 시장이나 손학규 경기 지사측과 달리 대선준비만 본다면 박 대표는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박 대표 스스로 당을 잘 이끄는 게 최선의 준비라고 생각하는데다 불공정경쟁이란 비판을 의식해 사람을 모으는 일에 매우 조심스러운 탓이다. 그러나 3인방 등 참모들은 이 시장의 청계천 효과 등에 자극받은 탓인지 박 대표의 ‘만만디’에 부쩍 조바심을 내고 있다.
당직사퇴와 함께 잊혀진 인물이 되던 과거와 달리 3인방의 사퇴 후 행보에 새삼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우선 자유롭게 당내외 인사들과 접촉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박 대표를 옹호할 수 있게 됐다. 대선 예비캠프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박 대표가 한꺼번에 3인방을 사퇴시킨 것은 대선을 겨냥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표측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김 전 총장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친박(親朴)세력’을 확대하고, 유 의원은 대선 정책개발 및 인재영입을 주도하며 전 의원은 박 대표를 적극 방어하며 홍보조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자의 개성에 맞춘 역할분담까지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전 의원의 내년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설 등 구체적 얘기까지 나온다. 최고의결기구에서 다른 진영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다.
16일 저녁 박 대표와 영남 중심의 초선 의원 8명이 참석한 ‘흑기사 모임’도 눈길을 끈다. 유 의원의 당선축하 자리였다지만 ‘어떻게 박 대표를 도울까’하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를 위한 ‘술 상무’를 자처한 초선 모임이 어느새 지지모임으로 변하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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