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우리의 기나긴 여정을 직접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탈북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탈북과 관련한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은 많지만 탈북청소년들이 직접 만든 것은 처음이다.
주인공은 1998년 탈북해 중국 옌볜(延邊) 훈춘(琿春)시에 머물다 2002년 한국에 오게 된 양미(18)양.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다니고 있는 양미양이 만든 30분짜리 다큐멘터리 ‘기나 긴 여정’은 탈북 후 중국에서의 생활과 국내로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탈북 당시 13살이던 양미양은 중국 옌볜에서 동생(당시 11세)과 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헤이룽장(黑龍江)성에서 목재업을, 어머니는 옌볜 시내에서 주방일을 하며 집에는 1~2개월에 한번 씩 들렀기 때문이다. 양미양은 홀로 채소밭과 옥수수밭을 일구며 동생을 키우느라 학교를 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가족은 98년부터 4년 간 중국 공안에 잡히고 다시 탈출하기를 4번이나 반복할 정도로 천신만고를 겪었다. 양미양은 “새터민(탈북자) 생활의 어려움을 내 손으로 직접 알려주고 싶었다”며 “촬영을 위해 옌볜의 옛 집을 가보니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중국에서의 힘든 생활, 가족과의 이별과 재회 등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한숨과 함께 생생하게 들려준다.
셋넷학교의 영상 동아리 ‘망채’(망둥어의 북한사투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미양은 기획, 감독, 시나리오, 내레이션 등 1인 4역을 맡았고, 촬영과 편집은 같은 동아리 멤버인 유성일(17), 김명국(17)군이 함께 했다.
자유를 찾아 꿈에 그리던 한국에 왔지만 탈북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차별 때문에 마음고민이 많다는 양미양은 “우리의 ‘기나 긴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기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후속작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나 긴 여정’은 이달 말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의 개관기념 영상제,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세대재단 공동주최로 내달 3일 시작하는 ‘Youth Voice2005’ 등 전국의 영상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박상진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