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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車 '찬밥신세' 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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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車 '찬밥신세' 면하나

입력
200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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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는 최근 기아차의 프라이드 1.6을 수동 변속 모델로 구입했다. 수동과 자동 변속기를 놓고 고민하다 차량 가격이 117만원이나 싸고 자동 변속보다 연비도 나은 수동 변속 모델을 택했다.

실제 A씨가 앞으로 1년간 2만㎞를 주행한다고 할 경우(연비 ℓ당 14.7㎞, 휘발유 가격 1,500원 기준) 연료비는 총 204만원이 든다. 연비가 13㎞에 그쳐 연간 연료비가 230만원 이상 드는 프라이드 1.6 자동 변속 모델에 비하면 30만원이나 절약할 수 있다.

차량 구입가까지 감안하면 1년만 몰아도 150만원 가까운 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A씨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운전의 감칠 맛은 역시 수동 변속 모델에서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불경기가 이어지고 기름값 부담이 늘면서 수동 변속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수동 변속 모델은 차 값이 자동 변속 모델에 비해 100만~200만원 정도 낮은 데다 연비도 ℓ당 2~5㎞ 정도 더 나오기 때문이다.

일부 차종의 경우 수동 변속 모델이 늘어나는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수동 변속 모델은 운전하기 까다로운 데다 특히 도심 주행에선 불편한 점이 많아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배기량 1,400㏄와 1,600㏄로 나오고 있는 ‘클릭’은 7월 7.7%에 머물렀던 수동 변속 모델의 비중이 8월 8.6%, 9월 14.8%에 이어 10월에는 15.2%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클릭 수동 변속 모델의 비중이 커진 것은 불경기와 고유가의 영향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형차 고객이 먼저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동 변속 모델은 엔진의 출력이 기어와 기어간 1대1 전달을 통해 바퀴 축으로 전달되므로 동력 전달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거의 생기지 않아 연비가 높다. 반면 자동 변속기는 변속기 내 오일을 거쳐 동력이 전달되는 만큼 에너지 손실이 생긴다. 이러한 구조적 이유로 자동 변속기의 연비는 수동에 비해 나쁠 수 밖에 없다.

물론 수동 변속 모델의 비중이 늘어나는 현상은 아직 클릭에서만 확인될 뿐 중형차 등까지 확대되고 있진 않다. 크게 보면 오히려 자동 변속 모델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며 수동 변속기는 이제 박물관으로 가야 할 처지다.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2002년 15.4%였던 수동 변속 모델의 비중은 2003년에는 9.4%, 지난해엔 4.4%까지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도 2%를 넘은 달이 거의 없고 지난달엔 0.9%에 머물렀다.

기아차의 경우도 지난해 승용차의 수동 변속 모델 비율은 12.5%, 올해 10월까진 11.3%로 하락했다. 레저용차량(RV)인 쏘렌토도 수동변속기 비율이 지난해 13.9%에서 올해는 12.8%로 낮아졌다.

수동 변속기의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자동 변속 모델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은 자동변속기가 수동에 비해 편리한 데다 여성 및 노년 운전층 비중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한 번 자동변속기에 익숙해지면 수동을 운전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특히 수동 변속 모델은 손발을 계속 움직여야만 해 차량 정체가 많은 도심 주행에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겨울철 언덕길 재출발시에는 뒤로 미끄러져 내려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수동변속기와 자동변속기의 비율이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10대90에 달하고 있다. 물론 일부 전문가는 10대90은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수동대 자동의 비율은 40대60 정도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전의 재미를 느끼길 원하고 경제성을 중시할 경우 수동 변속 모델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미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된 데다가 다른 가족 구성원이 모는 경우 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경제성만 따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자동차 회사도 자동 변속기의 연비를 수동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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