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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공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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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섹션-공부야 놀자/ 공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입력
200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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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에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있다. 인슐린은 혈당량을 낮추고, 글루카곤은 혈당량을 높인다.

이 두 개의 호르몬은 상반된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호르몬의 길항작용(拮抗作用, antagonism)에 의하여 신체는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항상성은 생체가 정상상태를 유지하려는 본능을 말한다. 항상성이 깨어지면 목숨마저 위태롭다.

사람이라는 우주 속에서는 이처럼 상반된 힘들의 충돌이 무수히 발생한다. 인간의 몸은 그 다양한 물질들의 힘겨루기의 전장에서 균형을 잡아가며 자신의 생명을 유지한다. 치우침 없는 중심잡기를 통해 건강을 보존해야 하는 것은 정신의 영역 역시도 다를 바가 없다.

숱한 사고와 감정들이 역동을 일으키는 인간의 마음에서도 항상성 유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처럼 공부가 가장 큰 화두로 일상의 영역을 지배하는 시기에 이 작업은 더 중요할 것이다.

한 해의 계획 속에 각종 ‘시험들’이 빼곡히 차 있는 학생들에게 ‘긴장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나면, 금세 수행평가를 준비해야 하고, 수행평가 뒤에는 다시 기말고사가 코앞에 다가와 있다. 방학기간이라도 좀 쉬려고 하면, ‘긴장감이 떨어지면 큰일’이라는 주변의 호들갑이 학생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우리 아이는 긴장감이 없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부모님들의 말을 들으면, 긴장감이 학생에게 요구되는 필수적 덕목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실 ‘긴장(tension)’이란 주체에게 어떤 욕구가 생겼을 때에 그 욕구에 대응하고자, 존재의 세부영역에 깃드는 심적 힘의 일종이다.

따라서 욕망이 생기면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긴장도 증가하며, 욕구가 이루어졌을 때에는 다시 이완작용을 통해 항상성이 유지된다. 그러므로 보다 건강한 긴장감을 지니기 위한 기본적 전제는 학생에게 무언가 이루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과 자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 중 상당수는 학생에 대한 부모님의 욕망과 긴장도가 학생들의 그것보다 월등히 높을 경우 발생한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욕망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는 한 효율적 긴장감을 지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편 그 긴장이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학생을 압박하는 경우도 많다. 잠깐의 느슨함도 없이 항상 경직되어 있는 학생을 보면, 팽팽하게 당겨져 끊어지기 직전의 고무줄을 바라보듯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런 학생들은 휴식을 취하는 것에 대하여 일종의 죄의식마저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 서슬 퍼런 칼날 위를 곡예하는 것처럼 위태위태한 그 학생들은 정신적 항상성이 깨어져 금방이라도 칼날에 살을 베일 것 같다.

공부는 장거리 경주다. 온몸의 근육을 최대로 긴장한 채 100미터를 한 숨에 치달리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다. 짧은 단위의 목표들을 위한 작은 긴장과 이완이 요구됨과 동시에, 긴 호흡으로 원거리를 겨냥하는 신중한 심호흡도 반드시 필요하다. 균형 잡힌 신체에 건강이 깃들듯, 긴장과 이완의 지혜로운 운용이 학생들을 야심차게, 동시에 여유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목동에듀플렉스 원장

김송은ㆍ학습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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