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K_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 8강전에서 레미 본야스키(네덜란드)에게 판정패한 최홍만. 격투기 데뷔 후 첫 패배(6승1패)가 낯설었던 탓일까.
경기 전날까지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말을 달고 다녔던 최홍만은 막상 심판이 본야스키의 팔을 번쩍 들어올리자 얼굴 가득 쓴웃음을 지으며 승자와의 악수도 외면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악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고 (져서) 너무 아쉬워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해명한 그는 출전 선수 전원이 등장하는 챔피언 세리머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 보다는 내용을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격투기 데뷔 9개월의 새내기 최홍만은 챔피언 본야스키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 3명의 심판 중 두 사람이 30-29, 한 사람이 30-28로 본야스키의 우세를 평가할 정도로 대결은 백중세였다.
비록 많이 맞긴 했지만 최홍만은 상대의 로우킥(하단차기) 공격이 들어오면 재빨리 발을 들어 피해내는 등 수준급 방어 능력을 과시했다. 최홍만은 “초반에는 본야스키의 로우킥이 정말 무서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 큰 충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숙제도 많이 남겼다. 작심하고 날린 펀치가 상대 빈 곳을 파고들지 못하고 가드 위에 떨어지는 등 정확성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이렇다 할 전략도 없었다.
“연장에서 숨겨놓은 전략을 쓰려고 체력도 안배하고 있었다”는 최홍만이 3라운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나왔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한편 세미 쉴트(네덜란드)는 8강에서 레이 세포를 판정으로 누른 뒤 본야스키(4강 KO승) 글라우베 페이토자(결승 KO승)를 연파하며 생애 첫 K_1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이 됐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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