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의 이상한 세제관련 통계//
정부가 민생관련 세금ㆍ세제에 대해 대국민 설명을 하면서 과장 또는 축소된 통계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기초 수치를 오락가락 번복하는 사례가 잇달아 정책 자체의 신뢰성 저하를 자초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세정 강화에 대한 정치권과 납세자들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통계를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20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논란’과 ‘2006년 근로소득세 26% 증가 소동’에서 정부 논리를 방어하는데 유리한 방향으로 통계전망을 들이대거나 수치를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종부세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조정(완화)할 경우 대상자가 16만명에서 4만명으로 대폭 감소한다”고 밝혔다. 8ㆍ31 대책대로 기준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다시 말해 현행 ‘9억원ㆍ인별과세’에서 ‘6억원ㆍ세대별 합산’으로 강화하지 않을 경우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이다.
그러나 이는 야당인 한나라당의 당론에 비추어 볼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이 희박한 과장된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과세기준액은 현행대로 9억원을 유지하되 세대별 합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9억원ㆍ세대별 합산’일 경우 종부세 대상자는 6만명이다. 한 부총리가 우려하는 ‘4만명으로 줄어드는 사태’는 정부안이 송두리째 무산될 때나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재경부는 또 국민 전체 가구 중 종부세 대상 가구 비율에 대해 8ㆍ31 대책 발표 때는 ‘1.6%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으나, 최근 자료에는 ‘전체의 2% 이내’라고 들쭉날쭉 바꾸고 있다.
최근 ‘근소세 26% 증가’ 소동 과정에서는 하루 만에 기초 데이터가 바뀌었다. 재경부는 14일 해명자료에서 “과세연봉(전체 연봉에서 비과세 부분을 뺀 연봉)이 5,500만원을 초과하는 과표 4,000만원 초과 계층의 세부담이 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의 질책을 받은 뒤 15일 다시 내놓은 자료에서는 ‘과표 4,000만원 초과 계층은 과세연봉으로는 6,000만원 이상’이라며 정부 논리를 더 강하게 뒷받침하는 쪽으로 수치를 바꾸었다. 두 수치 중 어느 게 진실인지 여전히 미궁이다.
해명자료 내에서 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15일 해명자료 앞 부분에서는 ‘연봉 2,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면세점 이하’라고 했다가 뒤에서는 ‘연봉 2,000만원의 세금과표는 500만원’이라고 엇갈린 설명을 했다.
재경부는 또 2004년 과세대상 근로자(1,270만명) 중 49.3%인 626만여명만이 세금을 냈다고 밝혔으나 이것도 정부에게 유리한 쪽으로 통계수치를 인용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세대상 근로자 숫자는 표본조사로 추정한 것인 만큼 상하 10% 오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납세비율은 54.4%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생정책과 직결된 세수 통계나 분석만큼은 민ㆍ관ㆍ정이 참여하는 중립적 기구에 의한 투명한 검증과 공개 절차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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