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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APEC/ 정치·경제·통상분야 전문가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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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APEC/ 정치·경제·통상분야 전문가 평가

입력
2005.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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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일정상 너무 짧게 만나…북핵 선언문 등 없어 아쉬움

고유환 교수(동국대 북한학과)

이번 APEC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해선 ‘평화적으로 해결한다’ 등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머물렀다.

행사 자체가 북한을 북핵 해결 프로그램에 법적으로 참여시키는 문제를 논의한 것도 아니고, 그에 따라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변 국가와의 회담은 대체로 무난했으나 한일 정상회담에 남는 아쉬움이 크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담 시간이 모두 3시간 이상이었는데 한일 정상이 만난 시간은 할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닐 텐데 겨우 30분에 머물렀다. 과거사 인식에 있어 양국이 역사적 시각차를 좁히지 못한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전교조의 반APEC 교육이나 행사 도중의 시위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서 크게 우려했으나 큰 불상사는 없어서 다행이다.

어쨌든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이 나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양극화에 따른 피해자가 공존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세계화가 양극화를 촉발한다’ 는 문제 제기 역시 세계화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을 지적한 것에 불과했을 뿐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근식 교수(경남대 정치외교학과)

한국이 APEC 의장국으로서 다자외교 무대에서 위상을 높였고 양자 회담 등을 대체로 무난하게 이끈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북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협상을 추진한 것이나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처음 거론한 것 등도 고무적이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 관계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진정으로 크게 가까워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말로만 가까운 이웃이라는 표현상의 공유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끼고 생각한다는 ‘인식의 공유’ 가 일어나고 있다.

10년 만에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해 국회 연설을 통해 친밀감을 높이고 한국이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한 것 등이 그렇다.

일부에선 이번을 계기로 외교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 또는 다자국가로 옮겨 가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전부터 있어왔던 움직임이다.

과거 냉전시대의 한미 외교 일변도에서 다자 외교로 전환하는 건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기존의 한미동맹을 어떻게 원만히 유지하느냐에 대한 깊은 고민도 함께 따라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반도 특별선언’ 이나 ‘북한 선언문’ 형식으로 의장국으로서의 독자적인 발언이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PEC 자체가 우선 세계화 등 선진국 간의 무역자유화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장이다 보니 갖게 되는 한계인 듯하다.

유장희 이화여대 부총장(APEC 학회 회장)

21개국 정상이 모인 대규모 행사를 세련되게 치렀다는 점을 우선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정상 선언문' 으로 대표되는 회의 결과물은 세계 경제가 갖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내놓기보다는 난제를 재확인한 쪽에 가까워 아쉬움이 남는다.

APEC 회원국이 세계경제에서 갖는 비중 때문에 그럴듯한 해법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은 단순히 '2006년까지 DDA를 타결하자' 라는 당초 목표를 확인한 수준의 메시지만을 담는 데 그쳤다. 'DDA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이것을 제안한다' 라는 식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보고르 목표 달성 의지를 담은 '부산 로드맵' 역시 지금까지의 성과를 점검하고 의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 관세감축 비율 등 구체적 실행 방안이 담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도(roadmap)' 를 제시하며 현 위치와 목적지만 표시하고 가는 길은 생략한 격이다.

경제·통상- 난제만 확인… '보고르 목표달성 의지' 부산로드맵은 의미

최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미국과 함께 세계무역기구의(WTO)의 또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빠져 있고 개발도상국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별 성명은 DDA 타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이 농산물 수출 보조금을 철폐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구체적 감축 폭과 방법이 빠져 있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DDA 특별선언보다는 보고르 목표 달성 의지를 명시한 '부산 로드맵' 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2015년께 종료될 DDA 이후 시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격해지고 있는 농민 반발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으로는 농촌에 대한 보상 및 구조조정 방안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경태 한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APEC 회원국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인 동시에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들이다. 'DDA 특별성명' 이라는 별도 선언문을 통해 무역 투자 자유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 이번 APEC의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

1989년 출범함 APEC의 발전 과정으로 보더라도 올해 APEC은 민감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보고르 목표' 가 발표된 후 10년 동안 이 목표 실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고 회의적 전망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APEC 회원국은 '부산 로드맵' 을 통해 보고르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공동목표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실천 방안이다. 정상들이 '2006년 DDA 타결' 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만큼 각국 실무자들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APEC 주도 무역시장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EU와의 관계 설정도 향후 과제다.

부산특별취재단=박원기 기자 one@hk.co.kr부산=특별취재단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盧대통령 폐막 회견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정상오찬과 부산선언 발표 후 벡스코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단독 기자회견을 갖는 것으로 APEC의 대미를 맺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시작된 기자회견은 내ㆍ외신 기자 약 1,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이 APEC 의장 자격으로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순서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먼저 인사말을 통해 “잔치를 다 끝내고 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좀 싱겁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마무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며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이끈 국민과 기업인, 언론인 및 부산 시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자신이 제안한 역내 사회적 격차 해소 노력에 대한 첫 질문에 “대체로 세계화에 반대하는 견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다” 고 전제하면서 정상들의 지지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나의 제안은 세계화를 받아들이고, 보다 개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임을 명백히 해두고 싶다. 양극화는 소비와 시장,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시장의 확대와 성장을 위해서는 양극화 극복의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 기자가 “북한이 도발하면 대북 포용정책을 재고할 것인가” 라고 묻자 남북관계를 ‘예비 부부’ 에 비유하고 “결혼을 예상하고 대화하는 사람들이 다른 자리에 가서 누가 묻는다고 이혼조건에 관해 대답해 버리면 결혼이 깨질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해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노 대통령은 “내일은 좀 쉴 생각” 이라고 회견을 마무리하며 “내일 하루라도 부산 구경 잘 하고 가시라” 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동백섬의 누리마루 하우스에서 제2차 정상회의를 주재한 후 참가국 정상들에게 오찬을 베풀었다. 노 대통령은 건배사에서 “이제 우리는 자유로운 무역과 활발한 투자, 그리고 굳건한 연대를 통해 하나가 되어 갈 것이며, 이번 회의가 그것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 평가했다.

또 “동백섬은 바로 태평양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이처럼 APEC도 더 깊고 튼튼하게 뿌리내릴 것” 이라고 말했다. 오찬 메뉴는 전날 만찬의 ‘웰빙 한식’ 과는 달리 쇠고기 안심구이 또는 농어구이를 메인으로 하는 양식이 나왔다.

부산=특별취재단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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