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푸틴, 에쿠스 대신 자국車 타고 도착
18일 전 세계의 눈이 벡스코로 집중됐다. 내외신 기자만 해도 1,000여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유럽을 빼고는 세계의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고 아시아ㆍ태평양의 모든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의와 토론을 나눈 벡스코는 하루 종일 흥분과 긴장이 교차했다.
APEC 정상회의의 개막은 오후 2시. 의장국인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관례에 따라 1시 25분께 벡스코에 가장 먼저 도착, 붉은 양탄자가 깔린 컨벤션홀 1층 로비에서 20개국 정상들을 영접했다. 정상들은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를 시작으로 1분 간격으로 도착했다. 국가 알파벳 순으로 정상들이 입장하도록 했지만 교통 흐름 때문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등 순서가 바뀌기도 했다.
정상들은 국내 경호원이 탑승한 정상 의전용 차량인 에쿠스 리무진을 타고 왔으나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만은 자국에서 공수해 온 경호용 차량인 대형 캐딜락 리무진과 벤츠 리무진을 타고 국내 경호원 없이 도착했다. 미국측은 똑같은 종류의 캐딜락 두 대를 잇따라 입장시켜 어느 차량에 대통령이 타고 있는지 모르게 했다.
정상들은 노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전날 네 시간에 걸쳐 노 대통령과 회담을 했던 부시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노 대통령의 등을 세 차례 가볍게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정상회의는 의장인 노 대통령의 인사말로 시작돼 미국, 중국, 칠레 정상의 선도 발언이 이어졌다. 선도 발언은 APEC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국가에게 주어지는 발언권으로 각각 7분이 주어졌다.
노 대통령은 동시통역이 이뤄지는 가운데 한국어로 사회를 보면서 각국 정상들에게 구체적인 발언 시간을 지정해 주며 시간을 조절, 예정대로 오후 4시를 넘기지 않고 순조롭게 회의를 끝마쳤다. 정상들은 이어 1층으로 내려와 현재현 APEC기업인자문회의(ABAC) 의장 등 ABAC 위원들과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눴다.
정상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제2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IT 전시회를 단체 관람하며, ‘IT 코리아’의 면모를 체험했다. 전시장 곳곳을 둘러보며 한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인 정상들은 로봇관에서 인간형 로봇과 자이툰 부대 파견 로봇 등을 보면서 한국의 로봇 기술 발전에 놀라워했다.
저녁 7시 30분부터 1,330평 규모의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는 노 대통령 주재로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라는 화려한 만찬이 열렸다. 요리사 100명에 서빙 인력이 300여명 등이 동원된 만찬에는 각국 정상 부부, 각료, CEO, 국회의원, 언론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만찬은 노 대통령이 상황버섯 약주인 ‘천년의 약속’으로 건배를 제의하면서 시작돼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소년소녀 합창단, 크로스테너 임태경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전통 한식으로 마련된 만찬에는 김치 등 기본 반찬과 너비아니, 대하구이, 영양밥, 신선로 등 11가지 음식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후식주로 복분자주를 들며 식사를 마쳤다. 이어 한국국립창극단과 부산시립무용단, 명창 안숙선, 가수 보아 등의 공연이 30여분 동안 진행됐고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APEC 21개국의 화합을 기원하는‘Across the Ocean’을 부르며 이날 공식 일정이 끝났다
부산=특별취재단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퍼스트 레이디들 일정
정상들이 1차 회의를 갖는 시간, 퍼스트 레이디들은 한국의 가을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한 때를 보냈다.
일정은 오전에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자리한 범어사를 찾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웅전 앞에서 이들은 녹차의 일종으로 김해에서만 생산되는 장군차와 연꽃으로 우려낸 연차 등 전통차를 음미했다.
범패, 바리춤 감상에 이어 스님이 큰 붓으로 달마도를 휘어 그리자 탄성이 터져 나왔고 먹물을 손에 묻혀 낙관을 찍자 큰 박수를 쳤다. 페루의 엘레인 카프 여사는 디지털 카메라로 스님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다른 부인들도 찍어주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권양숙 여사는 19일에 2차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백섬 누리마루 하우스로 부인들을 초청해 오찬을 열었다. 오찬에는 궁중요리가 나왔고 가야금 재즈연주 및 전통무용을 감상했다.
올해 정상회의에는 호주 캐나다 중국 홍콩 인도네시아 멕시코 페루 대만 미국 베트남 등 10명의 부인들이 참석했다. 뉴질랜드와 필리핀의 ‘퍼스트 젠틀맨’(여성 정상의 배우자)은 동부인하지 않았다.
미국의 로라 부시 여사는 공식 일정 시작 전 부산 시립도서관에서 가덕도의 소양 보육원생과 미군부대인 캠프 하야리아 장병 자녀들에게 20여분 간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부산=특별취재단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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