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이 어떤 행정처분을 추후에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의사표시인 ‘확약’도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안철상 부장판사)는 18일 전라북도 부안군과 김종규 부안군수가 “2003년 7월 부안을 원전수거물(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최종부지로 선정한 통보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산업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원전수거관리시설 최종부지 선정처분 유효확인 소송에서 “산자부가 부안군에게 한 통보도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행정심판의 대상이다”고 판결했다. 그동안 법원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확약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
재판부는 “산자부가 한 통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안군 내 위도면 치도리ㆍ대리 일대를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하는 의사표시이므로 확약에 해당된다”며 “원전 건설이나 고속전철 건설 같은 다단계 행정절차에서 행해지는 확약은 그 자체로서 행정기관의 장래이행 의무를 발생시키는 구속력이 있으므로 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은 지방자치단체간, 지자체와 주민 상호간 격심한 대립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문제로 일어나는 갈등을 물리력 행사가 아닌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안군은 2003년 단독으로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신청을 해 최종부지로 선정됐지만 반대 여론이 확산돼 군 전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겪었다. 이에 산자부는 주민투표과정을 거치도록 했지만 부안군이 투표를 실시하지 않자 2004년 최종부지 선정이 실효했다고 판단했고 부안군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통보 이후 부안사태가 일어나는 등으로 인해 법률관계 등이 달라졌으므로 그 통보를 행정처분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미 효력이 상실됐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부지는 2일 군산, 영덕, 포항, 경주에서의 동시 주민투표를 거쳐 가장 찬성률이 높은 경주로 최종 결정됐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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