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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오늘 폐막/ 反 APEC 단체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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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오늘 폐막/ 反 APEC 단체 시위

입력
2005.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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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APEC 단체 1만 5,000여명이 1차 정상회의가 열린 18일 부산 수영구 수영3호교 앞에서 제1차 범국민대회를 갖고, 정상회의장인 해운대구 벡스코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 양측에서 10여명이 부상했다. 이날 오후 7시께 자진 해산한 시위대는 밤 늦게까지 시내 곳곳에서 산발 시위를 벌였다.

‘APEC 반대, 부시 반대 국민행동’측은 오후 3시 30분께 ‘부시 반대’ ‘APEC 반대’ 등을 외치며 집회장소인 수영 강변도로에 집결했으나 컨테이너 50여개로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 저지선에 막혀 수영3호교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간이집회 후 수영1, 3호교로 분산, 해운대 방면으로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는 등 진입을 시도하다 물대포를 쏘며 제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가 컨테이너에 줄을 걸어 분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위에 있던 경찰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져 부상했고, 인근 H아파트 화단 등 곳곳에는 시위대가 지른 불로 한때 검은 연기가 뒤덮었다. 대규모 반 APEC 집회시위가 열린 수영1, 3호교는 벡스코와 불과 1㎞ 정도 떨어져 있다.

경찰은 “다른 단체가 한 달 전 같은 장소에 집회신고를 냈다”며 반APEC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 강제진압에 나섰다.

앞서 국민행동은 낮 12시 수영구 광안리사거리에서 ‘쌀 개방 저지, APEC반대 전국농민대회’, 수영구 망미삼거리에서 ‘전국노동자대회’, 수영구 토곡사거리에서 ‘청년ㆍ학생ㆍ재야 민중결의대회’ 등 6개 분야별 집회를 가진 뒤 도로를 점거한 채 거리행진을 시작, 수영구 일대 교통이 한동안 마비됐다.

이들은 19일에도 APEC 정상들의 숙소와 가까운 해운대 모 할인점 인근 등지에서 2차 범국민대회를 가질 예정이지만 경찰은 저지할 방침이다.

경찰은 병력 1만 6,000여명과 헬기 7대 등을 이 일대에 집중 배치하고 지하철 2호선 시립미술관역 등 해운대 인근 3개 역을 무정차 통과시켰다

부산=특별취재단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 반세계화 시위

반세계화 시위는 다자간 국제회담이 열리는 곳에서는 이제 빠지지 않는 행사가 됐다.

지난해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APEC에서는 칠레가 민주화된 1990년 이후 최대 규모인 4만명이 몰려와 성조기를 불태우며 “부시 물러가라” 등을 외쳤다. 개막 직전에는 산티아고의 한 은행에서 소규모 폭탄도 터졌다. 회의가 열리기 전 시위대 300여명이 체포되었다

반세계화 시위는 선진8개국(G8) 정상회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 회의 등에서 나날이 격화하고 있다.

반세계화 시위가 본격화한 것은 1999년 12월 WTO 제3차 각료회의 때부터다. 회의가 열린 도시 이름을 따 반세계화 진영이 ‘시애틀 전투’라고 이름 지은 당시 시위에는 환경과 노동운동 단체, 농민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5만여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격렬한 시위 끝에 회의를 결렬시켰다. 2000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BRD와 IMF 회의에서는 시위대가 인간사슬로 두 기구 본부를 포위했다.

반세계화 시위대는 “세계화가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해 지구촌의 빈부격차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달 초 아르헨티나 마르델플라타에서 열린 미주정상회의에서는 축구스타 마라도나까지 4만여명의 시위대 앞에서 반세계화를 외치고 나설 정도였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 한일정상회담, 논쟁만 벌이다 30분만에 끝나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가진 한일 정상회담은 역사 인식의 현격한 차이를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두 정상은 특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가 최소한의 접점도 찾지 못한 채 30여분 만에 회담을 끝냈다. 회담 시간은 예정보다 10분 길어진 것이지만, 대화만 잘 됐다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었으나, 두 정상이 APEC 일정을 이유로 서둘러 회담을 끝낸 데서 냉랭한 분위기가 잘 드러났다.

두 정상은 회담 시작 때는 “총리 각하가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해서 성공을 거둔 것을 축하한다”(노 대통령) “APEC 준비를 잘 하셨다” (고이즈미 총리) 등의 덕담을 주고 받았지만, 과거사 문제로 들어가자 격한 논전을 벌였다.

노 대통령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교육 문제, 독도 문제에 대한 일본 입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 세 가지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의 솔직한 의견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전쟁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신사 참배를 했다”는 강변을 되풀이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본에 더 이상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 “국가 대 국가의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강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일본이 말 뿐인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신사 참배 문제를 길게 얘기하다가 약속된 회담 시간이 지나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연 연말 셔틀 정상회담을 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못했다. 다만 두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만남을 ‘정상회담’으로 표현했으나 사실상 면담이나 접견에 가까웠다. 이 같은 약식 회담은 노 대통령과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들의 긴 공식회담과 대비됐다

부산=김광덕 기자 kdkim@hk.co.kr

■ 방사능·생화학 테러도 막는다

정상회의장인 벡스코와 누리마루 하우스 주변에 방사능 및 생화학 테러에 대비한 특수차량과 전문인력이 집결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환경방사능 감시차량을 배치한 과기부 산하 10명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들. 이들은 벡스코 출입자와 반입물품 전체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또 벡스코 후문에 설치된 감시기를 통해 방사능 방출 수준을 1차 측정한 뒤 의심스러우면 휴대용 측정기로 2차 정밀조사를 한다.

정문에서는 경찰이 휴대용 기기로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다. 일부 요원은 휴대용 장비를 갖고 벡스코 내부의 방사능 수치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또 벡스코와 누리마루 하우스 주변에는 수백m 거리의 방사능까지 측정할 수 있는 무인 환경방사선 감시기도 설치돼 있다. 방사능 사고에 대비해 원자력의학원은 이동식 비상진료센터를 벡스코 주변에 배치해 놓았다.

이밖에도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에서 특수차량을,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생물테러 대비 차량을, 소방방재청에서는 유해물질을 분석하고 제독하는 화학구조 특수차량을 대기시켜 놓았다.

부산=특별취재본부 박원기기자 one@hk.co.kr

■ 미디어 센터, 71개사 기자 24시간 불야성

APEC 기간 동안 24시간 불야성을 이뤘던 곳이 있다. 1차 정상회의를 비롯해 크고 작은 APEC 행사가 열렸던 부산 벡스코 내 국제미디어센터(IMC)이다.

대부분 늦은 밤 숙소로 돌아가는 국내 언론사 기자와는 달리 새벽에도 계속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시차를 극복해 가며 본국으로 APEC 관련 소식을 타전해야 하는 외신 기자들이다.

17일 현재 주최 측에 등록된 외신 기자는 약 1,230명. 국내 행사로는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최다 규모가 파견이 됐다. AP AFP 등을 비롯해 이곳에 들어온 38개 외국언론사는 2,670평에 각 사의 부스를 차려 놓고 언제든지 뉴스 ‘일발장전’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주요 인사 연설이나 기자회견 장소로 쓰이는 주브리핑 실은 언제나 기자들로 북적인다. 행사도 행사지만 이 곳에선 팩스,커피 빵까지 제공돼 바쁜 업무 처리에서 간단한 요기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속보에 민감한 통신사들은 인터넷 등 기사 송고 환경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신화(新華)통신의 장 다쳉(張大成)씨는 “부스 뿐 아니라 미디어센터 내 어디라도 초고속 유ㆍ무선 통신 랜(LAN)이 잘 갖춰져 있어 일하기에 매우 편하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18일 오후 2시 1차 정상회의를 위해 벡스코에 속속 입장하는 정상들 때문에 이들의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때론 고성도 오간다.

일본 교도(共同)통신 부스에선 행사 중계 모니터를 계속 응시하던 어느 고참 기자가 옆에 잡담을 하고 있던 다른 후배 기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좀 조용히 좀 하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자국 대통령의 회의장 입장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던 러시아 통신사 노보스티의 알렉세이 에피모프 기자는 “21개국 정상이 만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며 빙긋 웃었다.

9일 간 ‘뉴스와의 전쟁’에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 중엔 행사 폐막 후 달콤한 휴식을 꿈꾸는 이들도 여럿이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의 인나 두빈스키씨는 “계속 신경이 곤두 서 있었는데 일 끝나면 맨발로 여유있게 광안리 백사장이나 한번 걸어야 겠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 놓았다.

부산=특별취재단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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