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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폐막/ CEO 서밋 막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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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폐막/ CEO 서밋 막내려

입력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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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서밋은 APEC 정상회의보다도 더 실속 있는 자리입니다. 정부와 기업 간 이해의 폭을 넓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공동번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일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을 맞은 CEO 서밋의 토론에 연사로 나선 노무현 대통령은 이같은 말로 행사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연사로 나온 각국 정상들은 ‘개방과 협력을 통한 번영’ 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각각의 주제에 맞게 자국의 실정을 기업인들에게 설명해 명분과 실속을 함께 얻는 행사로 적극 활용했다.

첫 연설은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자유무역’ 을 주제로 연설한 폭스 대통령은 “자유무역은 멕시코에서 고용을 창출했고,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으며, 실업률을 내려가게 만들었다” 면서 자유무역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리카르도 라고스 칠레 대통령이 ‘아시아_라틴아메리카 경제협력’ 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그는 “반덤핑이나 지적재산권 등의 문제는 다자간 협상에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 라면서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다자간 협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다른 불합리한 문제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또 한국과의 FTA와 관련해서는 “아직 양국 간 교역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며 “재화의 교류뿐 아니라, 교육서비스 증진 및 과학기술적 협력을 늘려야 한다” 고 말했다.

‘자연재해와 국제공조’ 를 주제로 연설한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최근 태풍 쓰나미 등의 세계적 재난에 대해 각국이 보여준 공조와 원조는 놀라운 것이었다” 면서 “세계는 공동으로 질병 및 자연재해에 대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보다 많은 정보를 개방하고 개별 국가의 문제를 공동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해 “세계 전체에 심각한 경제적ㆍ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문제” 라며 “국가적 자긍심은 뒤로 제쳐두고 서로 협력해야 하며, 이는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의무” 라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이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수석부회장의 소개로 강단에 선 노 대통령은 다자간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상회의에서는 보고르 목표 달성을 위한 부산 로드맵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국경제는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성장세에 있다” 면서 “과학기술과 혁신, 개혁을 통한 투명성을 높이고, 외국인의 생활환경을 개선해 명실상부한 선진경제, 동북아의 허브로 발돋움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양극화와 공평한 분배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국가간, 산업간, 계층간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면서 “이는 사회통합 및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세계화가 주는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기업인 여러분도 상생과 호혜의 정신을 함께 나누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당부했다.

정상 가운데 끝으로 연사로 나선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는 ‘세계화의 당면과제와 도전’ 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마친 후, 서밋에 참여한 최고경영자(CEO) 모두를 자국에 초청했다.

그는 “조만간 태국에서 공공분야 현대화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입찰이 있을 예정” 이라면서 “각종 사회 인프라 및 정보통신 기반을 갖추기 위한 프로젝트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아이디어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 CEO 서밋 최대 수혜자는

국내 기업인 가운데 이번 CEO 서밋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구일까.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17일 서밋에서 기조연설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을 소개하고 30분 간 개별 면담하는 기회를 가졌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SK 등 한국 기업의 중국 내 활동과 사업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사를 주관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가장 많은 후원금(50만 달러)을 냈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내면 정상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와 개별면담 혜택이 주어진다.

후원금은 3등급으로 나뉘는데, SK가 가장 많은 후원금을 내 가장 먼저 정상을 ‘선택’ 할 수 있었다. 이어 9개 기업이 25만 달러의 후원금을 냈는데, 씨티그룹이 가장 먼저 정상소개를 신청해 윌리엄 로즈 그룹부회장이 18일 노무현 대통령을 소개하는 기회를 잡았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라고스 칠레 대통령을,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탁신 태국 총리를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린 기업인은 단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으로 평가된다. CEO 서밋과 APEC기업인자문위원회(ABAC) 의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각국 정상들이 CEO 서밋이 열리고 있는 롯데호텔에 도착할 때마다 가장 먼저 맞이한 사람도 현 회장이었다. 또 18일 1차 정상회의 직전 ABAC을 대표해 역내 기업인들의 관심사항을 담은 건의서를 정상들에게 직접 전하면서 21개국 정상에게 얼굴을 알리는 효과를 봤다.

동양그룹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의 주가가 17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서밋 효과’ 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서밋에 참여한 국내외 기업인들은 단 1분도 낭비할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밋의 공식 세션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쉬는 시간 짬짬이 관심 있는 기업인들을 만나 얼굴을 알리고 얘기를 나눴다. 만찬에서도 의자에 앉아 식사를 즐기는 기업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 19일 부산 기장군 아시아드CC에서 열릴 예정인 골프투어에는 120여명의 기업인이 참가를 신청했는데, 유력한 기업인이 소속된 팀에 끼려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 아·태 기업인 '반부패 선언' 채택

‘CEO 서밋(최고경영자 정상회의)’은 18일 이틀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처음으로 기업인들의 반부패 선언을 채택했다. CEO 서밋의 의장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연설자로 참가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언문을 전했다.

선언문은 서밋을 주최하는 전경련이 이메일로 사전접수하거나 현장 서명을 받았다. 동참한 아태 지역의 경제인은 393명이다.

선언문 전문(全文)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그리고 아태지역의 경제인 여러분.

APEC CEO 서밋 2005 의장으로서 여러분이 서명해 주신 반부패 선언문을 올해 APEC 의장이신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님께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UN 반부패협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뇌물방지협약, 그리고 OECD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부패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또한,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APEC 2004 정상회담에서도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산티아고 협약이 승인되었으며, 불법 취득재산 환수 및 부패 공무원 도피처 제공 금지 등 구체적인 행동계획에도 동의하였습니다.

이에, APEC CEO 서밋 2005에 참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업인 393명은 반부패선언문에 서명함으로써 이러한 국제사회의 반부패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합니다.

이번 APEC 정상회담을 통해 더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나아가 아태지역의 경제발전과 공동번영을 달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산=특별취재단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부산 로드맵 내용은

18일 APEC 21개국 정상들이 1차 정상회의에서 확정한 ‘부산 로드맵’은 역내 무역ㆍ투자 자유화를 향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부산 로드맵은 APEC 선진 회원국의 경우 2010년까지, 개도국 회원국들은 2020년까지 완전한 무역ㆍ투자 자유화를 이룬다는,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 APEC이 설정한 ‘보고르 목표’를 이행하는 수단으로 정의된다.

이날 채택된 부산 로드맵이 보고르 목표를 향해 회원국들이 노력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시한 내에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시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1989년 역내 평균 관세율은 16.9% 였지만 지난해에는 5.5%로 뚝 떨어질 정도로 역내 무역 자유화의 속도는 상당하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 로드맵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2006년 말까지 타결돼야 역내 무역자유화에 기여한다는 기본입장을 천명하면서 DDA협상 타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명시했다.

이번에 APEC 정상들이 DDA 타결 촉구 특별성명을 채택하고, APEC 선진 회원국들이 2010년까지 농업보조금을 폐지한다는 선도적인 입장을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 로드맵은 회원국들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보장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특히 2008년까지 표준 FTA 모델을 개발해 이를 통해 역내 FTA의 동질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기업ㆍ투자 환경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각국의 무역장벽을 낮추고,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공공 및 민간부분 부패 근절 등을 행동방침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의 자유화 조치를 수록한 개별행동계획(IAP)의 이행검토를 강화하기로 했다. 무역 자유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회원국들의 압력이 가중돼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부산 로드맵은 한국이 무역자유화에 주도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평가했다. 또 이 어휘가 적어도 15년 간 고유명사로 자리잡게 돼 정상회의 개최지인 부산의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특별취재단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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