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종착역을 향해 가는 일련의 과정일지 모른다. 극단 파티가 선보이는 연극 ‘여행’은 생의 종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다섯명의 친구가 초등학교 동창 경주의 느닷없는 부음을 듣고 기차를 타고 빈소에 간다. 모처럼 만난 이들은 옛일을 이야기하면서 겉으로는 화기애애해 보이지만, 불편한 기류를 감지하고 만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입장에서 그들은 너무 달라져 있었고, 자꾸만 삐걱대고 있었던 것.
전역해서 사업하려다 사기로 쫄딱 망한 친구의 시신을 옆에 두고 하릴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진행될수록 그들은 불편해져 간다. 친구 사이라면 으레 오가는 허드렛 말초자 힘겨워져 간다. “이 새끼 저 새끼 하지마라. 나도 이 새끼 있고 저 새끼 있는 가장이다.” 영화 감독, 모피회사 사장, 택시기사, 신발가게 주인, 중소기업 사장 등 다섯 동창이 빚어내는 풍경에는 리얼리즘극의 미덕이 용해돼 있다.
통기타 독주 라이브를 유일한 배경 음악으로 무대를 받쳐 준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굳이 음악을 더 찾는다면 친구들이 읊조리는 판소리 사설에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이 부르는 ‘아리랑’ 선율이 있다. “이 친구한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저 세상으로 홀가분하게 가소. 내 노래 한 곡 함세.” 한동안 소식이 없다, 예기치 않게 장례식장에 나타나서는 ‘마이웨이’를 구성지게 부르는 기택의 존재가 특이하다.
이 무대는 먼 길을 에돌아 왔다. 지난 3월 상명대소극장에서의 워크샵 공연 당시 독일의 샤우피엘 극장장이 그 무대를 지켜 본 인연이, 이번 독일 프랑크 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공식 초청작 상연까지 이어졌다. 윤영선 작, 이성렬 연출, 장성익 이해성 등 출연. 27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소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ㆍ일 3시 6시. (0-2)744-7304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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