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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왕따'당한 빡빡머리 알고보면 멋진 친구 '있잖아, 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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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왕따'당한 빡빡머리 알고보면 멋진 친구 '있잖아, 샤를'

입력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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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 ‘샤를’을 아세요? 늘 교실 제 앞 자리에 앉는, 안경 쓴 빡빡머리 아이 있잖아요. 친구들과 잘 얘기도 안 하고, 어울려 놀지도 않고, 몸이 약해서 체육시간마다 빠지는 친구요. 그래서 반 친구들은 샤를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전 그 애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 얘기를 해드릴게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샤를은 ‘없어도 될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지난 수학여행땐 걔가 버스에 타기도 전에 우리끼리 출발해버리기도 했다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샤를이 교통사고를 당해 학교를 못 나오게 됐어요. 걔랑 한 동네에 살고, 또 지난 수학 쪽지시험에서 빵점을 받은 벌로 선생님이 제게 걔 과제물을 매일 전해주라고 시키신 겁니다.

당연히 싫었죠. 걔 엄마 아빠는 할아버지 같아요. 또 얼마나 엄하시다고요. 떠들지도 못하게 하고 외출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 집에 들어갈 땐 먼지 난다고 덧신을 신게 하실 정도예요.

샤를은 엄마 아빠가 무서워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사는 것 같아요. 샤를, 불쌍하죠? 걘 그림도 잘 그리고 정말 착해요. 저와 똑 같이 노는 것도 좋아하고요.

저도 속 상한 일 생겼어요. 요즘 엄마 아빠가 자주 싸우세요. 엄마는 우시고, 아빠는 한숨 짓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요. 어쩌면, 두 분이 헤어질 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다 알면서 모른 척 해요. 제가 슬퍼하면 엄마 아빠가 더 속상해 하실 것 같아서요. 전 축구도 못하고 수학도 싫어하지만 그런 건 알아요. 제게는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 하시면서 엄마 아빠는 왜 그러지 않는 걸까요?

이런 얘기는 샤를에게도 못해요. 부끄럽잖아요. 하지만 샤를과 함께 있으면, 든든해요. 이제 샤를은 제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랍니다. 재활치료 다 받고 다시 학교에 나오면 샤를도 저처럼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얘기하고 놀며 재미있게 지낼 거예요.

참, 며칠 전에는 샤를을 휠체어에 태우고 집 바깥으로 나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마을 운하 둑 위로 하이킹을 다녀왔답니다. 이건 샤를 엄마 아빠껜 비밀이에요. 그 분들이 샤를을 이해하실 때까지요. 아셨죠?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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