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가결됐다. 최근 3년 연속 유엔인권위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긴 했지만 총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가결된 것은 처음이다. 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운영,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범위하고 중대한 인권침해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져야 할 큰 부담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보수층 중심으로 제기됐던 북한 인권문제가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전세계의 관심사로 부상했다는 점은 북한에 강한 압박이 아닐 수 없다.
김창국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표결 전 발언을 통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문제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결의안은 찬성 84표, 반대 24표, 기권 62표 등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주로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면서 자신들도 인권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이다. 북한이 기대를 걸었던 비동맹국가들의 상당수는 기권을 택했다.
북한은 이 표결 결과에 담긴 의미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것은 그 동안 서방세계에서 비교적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EU국가들이다. 북한은 유엔 북한인권보고관의 입국과 조사활동을 허용하고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인권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표결에서 유엔인권위에서처럼 또다시 기권, 나라 안팎의 비난에 직면했다. 북핵 문제 협상을 의식해야 하고 남북화해협력을 통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한다는 정부의 방침은 이해할 수 있다.
당장 6자회담이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영향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도 정부의 짐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 같은 소극적 태도를 더 이상 견지해서는 안 된다. 남북간에 북한의 인권문제를 논의할 틀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