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후 북한에 몰래 들어갔다가 간첩교육을 받고 재입국했던 탈북자가 이번엔 금은방을 털어 경찰에 붙잡혔다. 요주의 대상이었던 탈북자가 또 다시 범죄를 저지름에 따라 정부의 탈북자 관리에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7일 금은방에 몰래 들어가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탈북자 이모(29ㆍ무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5일 오전 7시30분께 임모(59)씨가 운영하는 대전 A상가 1층의 금은방에서 금반지 등 6,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122점을 훔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전날인 14일 오후 9시30분께 상가 2층에 있는 미용실 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뒤 2시간에 걸쳐 미용실 벽에 구멍을 뚫었다.
옆 점포인 모 전자제품 판매장으로 들어간 이씨는 계단을 통해 1층의 금은방으로 내려갔다. 전자제품 판매장과 금은방은 개별 출입문 없이 계단으로 연결된 복층구조로 돼 있다.
이씨는 범행 후 서울 종로4가 금은방 골목에서 훔친 귀금속을 처분하려다 순찰 중인 경찰관의 불심검문에 걸려 붙잡혔다.
이씨는 북한군 국경수비대 하사 출신으로 2003년 탈북해 남한에 정착했다 2004년 3월 북에 남은 형제들을 데려오겠다며 월북했다. 북한 당국에 붙잡힌 이씨는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과 탈북자 합동신문기관인 ‘대성공사’ 등에 관한 정보를 북에 넘겨주고 간첩교육까지 받았다.
그러나 재입국 직후 국가정보원에 곧바로 자수, 국정원은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및 회합통신죄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대전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올 3월 이씨가 남북을 오간 혐의는 인정되지만 간첩은 아니었다고 판단, 기소를 유예하는 공소보류 결정을 내렸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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