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에 대해 인문학이 거들고 비판해야 합니다. 나는 최재천 교수에게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과학의 발견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문학의 전통적인 가치나 관심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긴장의 정체를 알아보고 싶습니다.”(도정일)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가? 인문학과의 대화가 절실하게 요구됩니다.”(최재천)
경희대 영문학부에서 비평이론을 가르치며 책읽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도정일 교수와 동물행동학 연구의 권위자인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을 주제로 한 ‘대담’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생명복제, 예술과 과학, 성(性)과 성적 정체성, 다양한 생명과 문화의 공존 등을 소주제로 두 사람이 네 차례 나눈 이야기와 각각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서 묶은 대담집이다.
종이 또는 컴퓨터 화면에서 여러 차례 고쳐가며 정연하게 논리를 펴 나간 글을 모은 것이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는 산만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 대신 석학들의 분방한 사유의 세계를 역동적으로 엿보게 하는 매력을 품고 있다.
두 사람은 생물학의 발견으로 인간에 대한 상(像)이 바뀌는 시대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가 하는가를 때로 학술적으로, 때론 학자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가며 설명한다.
그들이 이른 결론은 이 세계는 단극이 아닌 ‘어둡고 컴컴하고 깊어서 하느님의 눈으로도 그 안을 볼 수가 없’는 심연을 가진 ‘두터운 세계’여야 하고, 인간은 결국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ㆍ공생인간)라는 것이다.
“이성과 상상력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도 포기해선 안 돼요. 모순되어 보이는 것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세상, 그런 복합적인 세상이 좋은 세상인 거죠.”(도정일) 이성과 상상력, 인문학과 생명과학이 진지하게 어우러져 즐거운 마음으로 일독할만한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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