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여당 내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속내지만 국정 책임자로서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검경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던 6월말 수사권조정기획단을 출범시키며 호기롭게 나섰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획단 소속 의원들의 시각이 상임위나 출신에 따라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기획단은 4일 회의 때 결론을 내리겠다고 호언했다. “일부 민생범죄에 한해 경찰의 수사 개시ㆍ진행권을 명문화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도 경찰의 수사주체 명문화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단측은 “검찰총장이 임명된 후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상명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된 18일까지 향후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당이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기류는 “예산안, 쌀 비준안, 파병연장안, X파일 특별법 등 현안이 어디 한둘이냐”(한 원내부대표), “한나라당은 구경만 하는데 우리가 짐을 질 필요가 있느냐”(정책위 관계자)는 언급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논란이 된 경찰의 검찰측 피의자 호송 거부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고, 기획단 내에서 “법사위에 맡기자” “내년 지방선거 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검찰 눈치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기획단의 한 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검찰을 자극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다”며 “현실론을 들먹이는 건 결국 검찰 편을 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영 제1정조위원장은 “결론 내리기 싫은 의원들은 내년으로 미루자고 하겠지만 난 아니다”며 의욕을 보였지만, “여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기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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