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 애호가들이 러시아 음악의 깊이를 이해하고 즐기는 것에 감명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지휘자 중 처음으로 러시아의 국립 타타르스탄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고 있는 노태철(43)씨가 내한 공연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선사하고 있다.
노씨는 국내 음악 애호가들의 초청으로 지난달 초 러시아의 대표적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국립 타타르스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의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전국 10개 도시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는 14일 대구에 이어 16일 울산 공연에서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9번’등 러시아 출신 작곡가들의 세계적인 작품을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노씨는 “내년은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으로 유럽에서는 벌써 여러 차례 그의 음악 세계를 기리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며 “국내에도 라흐마니노프와 쇼스타코비치를 알릴 수 있게 돼 흐뭇하다”고 말했다.
29일 수원 공연 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시립교향악단을 객원지휘 하러 출국하는 그는 부산 출신으로 동아대 작곡과를 졸업한 후 독일 뷔르츠부르크 음대와 오스트리아 린츠 부르크너 음악원에서 지휘와 오페라를 공부했다.
그는 1994년부터 헝가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프라하 모차르트 오케스트라 등 유럽의 40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이름을 떨치고 있다.
97년에는 동양인 중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빈 왈츠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발탁돼 2000년까지 활동했으며 2002년부터 러시아 푸슈킨 국립오페라 발레극장 지휘자, 지난해 5월부터는 국립 타타르스탄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올 6월 러시아 글링카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곡 이전에 작곡가가 살았던 사회 배경과 일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옛날에는 차이코프스키가 우울증 환자인 것도 모르고 그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를 경쾌하게 연주하다 최근에는 어두운 톤으로 지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우리 음악 꿈나무들에게 “어릴 때부터 음악을 자주 접해 기초를 튼튼히 하는 한편 진정으로 음악 자체를 사랑해야 수명이 긴 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러시아 음악에 깊이 빠져보고 싶다”는 그는 “처가가 있는 대구에 아내와 아들, 딸이 살고 있어 외국 공연 때면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대구를 거쳐 간다”고 활짝 웃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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