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둔 미군과 영국군이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치명적 인화물질인 백린(白燐)을 저항세력 소탕작전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저지를 명분으로 했던 이라크전이 ‘추악한 전쟁’으로 전락하고 있다.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학대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벌어진 반 인륜적 행위로 다음달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의 안정화 작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백린은 공기 중에서 인체에 닿으면 산소가 없어질 때까지 살을 모두 태우는 강력한 인화물질로, 1983년 12월 발효된 ‘비인도적 재래식무기 금지협약(CCW)’에 따라 전투에서 사용할 수 없는 소이성 물질 중 하나이다.
존 리드 영국 국방장관은 17일 지난해 11월 30만 명이 살고 있는 팔루자 소탕 작전 당시 “영국군이 연막을 일으키는 데 백린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배리 베너블 국방부 대변인도 “백린은 목표물을 드러내거나 진지를 감추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다”며 “팔루자 공격 당시 저항세력 전투병에게 무기로 몇 차례 사용됐다”고 시인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 국가 등에 테러용의자 비밀 수감시설 설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유럽 각국이 잇따라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 미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테러용의자를 태운 비행기가 비밀리에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공항에 착륙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 데 따른 것이다.
또 AP통신은 16일 “사담 후세인 정권 당시 만들어졌던 비밀감옥 지하에서 173명의 수니파 신도가 고문당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수니파가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를 거부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