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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 전두환씨 집 지하에 비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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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화제/ 전두환씨 집 지하에 비밀방

입력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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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개축하면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비밀의 방’을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0년대 건설업체 J사에 근무할 당시 연희동 집 재건축에 참여했다는 A(47)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세월이 많이 지나 이제는 굳이 숨길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전씨가 집권 중이던 86년부터 2층 규모의 재건축에 착수해 퇴임 직적인 87년 말 공사를 마쳤다”며 “설계를 담당했고 현장에도 여러 차례 가 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지상 1층(밖에서 보면 1.5층)은 일반 주택과 비슷하며 다만 거실이 2개(한식ㆍ양식)라는 게 특징. 이중 한식거실이 전씨가 88년 백담사로 떠나면서 기자회견을 했던 곳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1층 안방 옆에 있는 계단으로 지하층(밖에서 보면 반지하)으로 가면 오른쪽에 이순자씨의 옷을 보관하도록 설계된 20여평 크기의 방이 있다.

‘비밀의 방’은 옷 보관방 안쪽에 있지만 입구가 벽으로 위장돼 있다. 벽에 카드키를 꽂으면 미닫이식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10평 규모의 밀폐된 공간이 나타난다. A씨는 “요즘은 카드키가 일반화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최첨단 시설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 방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다만 ‘신변의 위협을 걱정했던 전씨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용으로 만드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지상 1층 창문에는 방탄 기능의 유리를 사용했고, 외국 S사 제품인 전동식 블라인드는 닫히면 셔터로 변해 외부의 침입을 완전히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공사 인부들이 연희동 버스정류장에서 모여 있으면 정부 요원들이 나타나 인부들을 점검한 뒤 봉고차로 공사현장까지 데려다 줬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건축 당시 정부 요원이 자주 집에 찾아와 ‘남편은 회사 잘 갔느냐. 이상한 낌새가 없더냐’며 나의 동향을 체크해 한동안 아내가 나를 간첩으로 오해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모 대학 B교수가 이순자씨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기 때문에 이런 사실들을 알 것”이라고 전했다. B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A씨가 설명한 집 구조 대부분을 확인해줬지만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는 “집 개축에 대해 자문을 해 준 건 사실이지만 ‘비밀의 방’은 없었으며, 20여평의 지하방(이순자씨의 옷 방)도 창고로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층 유리도 방탄성이 아니라 강화유리 정도”라고 설명했다. 전씨 측 관계자는 “비밀의 방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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