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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PEC외교서 드러난 우리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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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PEC외교서 드러난 우리의 좌표

입력
200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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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무역자유화 진전을 다짐하는 ‘부산 로드맵’을 채택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과 관련한 ‘DDA 특별성명’을 통해 내년까지의 협상 타결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기로 했다.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 앞서 세계 무역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APEC의 다짐이란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다만 어차피 좋은 모양새로 끝나게 마련인 APEC 회의의 속성상 이런 다짐을 홍콩 WTO 각료회의를 전망하는 잣대로 삼기는 어렵다.

그래서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정상회의보다는 주요 참가국 사이의 개별 정상회담이 오히려 눈길을 끈다. 특히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 일본 정상과 노무현 대통령의 회담, 미ㆍ중ㆍ일 3국 사이의 회담을 통해 각국 간의 친소(親疏) 거리감각을 비교ㆍ확인해 볼 수 있다.

한중 정상회담은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식품 안전을 둘러싼 은근한 갈등이나 고구려사 왜곡 등은 잠수했다. 이에 비해 한미 정상회담은 역동적 동맹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북한 인권문제 등에서 어색함을 다 지우지 못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여전히 냉랭했다. 반면 일본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시쳇말로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고 한다.

한중 양국은 미일 관계보다는 멀고, 한일 관계보다는 가깝고, 한미 관계와는 비슷한 거리감각을 드러냈다. 의도한 바든, 우연의 결과든 그것이 한국 외교의 현재 좌표다. 상당한 좌표축 이동의 결과로서 한때 고조됐다가 잦아든 ‘동북아 균형자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결과적으로 동북아 주도권을 겨냥하는 중국의 희망과 겹치기도 한다.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가 거듭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국민적 관심과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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