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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 예산편성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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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 예산편성 왜 이러나

입력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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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편성, 전년도 답습, 현실을 무시한 과다 책정 등 정부 각 부처의 무성의한 예산편성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인 국회의 주요 상임위원회는 17일 상임위별로 공개한 ‘예산 심사보고서’를 통해 무성의한 예산 편성 사례를 공개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내년 국외여비 예산안 중 일부를 지난해와 똑 같은 내용으로 제출했다. 재경부는 ‘주요 국가의 경제정보체계 관리방안 현황 조사’, ‘해외 파견 공무원의 공직기강 점검’ 등을 이유로 2006년 미국 뉴욕과 워싱턴으로의 출장이 필요하다며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재경부는 2005년에도 같은 지역에 같은 목적으로 출장 예산을 배정 받았다.

재경위는 “해외 출장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지난해 예산편성을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재경위는 “공직기강 점검 대상 국가는 매년 달라지는 것이 원칙이고, 해외 자료 수집도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출장 목적지를 워싱턴이나 뉴욕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부가 비현실적 가정에 따라 예산을 요구한 사례를 문제 삼았다. 농림부는 ‘농업인 영유아 지원사업’으로 233억원을 요구하면서, 농촌지역 어린이 숫자를 과대 추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림부는 농촌지역 어린이 인구 감소율이 매년 6.1%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감소율이 더욱 가파르다는 것이다.

농해수위에 따르면 농림부는 2004년 농촌인구 전수조사를 벌여 2세 아동 인구는 2만316명, 5세 아동은 2만6,102명으로 파악했다. 이 전수조사 결과와 농림부가 주장하는 아동인구 감소율(매년 6.1%)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3년 후인 2007년에 5세 아동은 2만1,611명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2007년에 5세가 되는 아동은 2004년 당시 2세였기 때문에 아무리 많아야 2만316명(2004년 전수조사 결과)을 넘을 수 없다.

결국 농림부가 예산의 근거로 내세운 인구감소율에 상당한 오류가 있으며, 그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많은 예산을 요구한 것이다. 농해수위는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농촌지역 어린이 인구를 다시 계산하라”는 의견을 농림부에 전달했다.

부처별 예산 중복 편성도 여전하다. 국회는 지난해 예산 심사에서 “재경부,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등이 독자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협력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이들 센터의 통합을 주문했다. 그러나 각 부처는 내년도에도 별도의 예산을 요구했다.

‘OECD 협력센터’는 정책분석 및 평가에 관한 OECD의 노하우를 한국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전수한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것인데, 재경부는 조세, 공정위는 경쟁정책, 복지부는 사회정책에 대한 별도의 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국회는 “각 부처별로 연간 1억~2억원 소요되는 예산을 줄일 수 있다”며 각 부처별 OECD 센터의 통합을 또다시 촉구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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