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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림 전시회 여는 허유 한국비림원 이사장/ "선인들의 名 문장 비석에 길이 보존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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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림 전시회 여는 허유 한국비림원 이사장/ "선인들의 名 문장 비석에 길이 보존해야죠"

입력
200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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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에 이름 있는 인물들과 만날 수 있으니 역사의 보고지요. 주옥 같은 명문장은 그 자체가 문학 작품으로 손색이 없답니다. 고스란히 재현된 필체는 또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거장의 혼이 살아 숨쉬는 종합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일부터 서울 용산가족공원에서 ‘비림(碑林) 특별전시회’를 열고 있는 허 유(59) 한국비림원(園) 이사장은 이제 비의 가치를 재평가할 때가 됐다고 강조한다.

종이에 쓴 글씨는 시간이 지나면 찢어지거나 흐려지거나 얼룩질 수 있어 보전이 쉽지 않다. 그래서 비에 새겨 남겨두면 반영구적인 보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림’이란 역사 문학 회화 서예 등 분야별 유명 작품을 새긴 비를 한 군데 모아 놓은 것을 말한다. 글자 그대로 ‘비의 숲’이다. 허 이사장은 2002년 충북 보은 한국비림박물관을 만들었다.

그는 한학자였던 선친의 영향을 받아 평생 서예학원을 운영하며 서예와 한학 연구에 매달려 왔다. 그러던 중 1990년 서예 교류차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한다.

“어떤 분이 한국에도 비림이 있느냐고 묻는데 그 때까지 몰랐어요. 허난성 카이펑에 있는 한원비림(翰園碑林)을 보고 나서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졌지요.”그 곳에서 본 비 2,000여 점에는 중국 서예사의 진수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전국의 박물관, 도서관, 명문가를 찾아 다니며 자료 수집에 나섰다.

“요즘에는 먼저 비로 새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골동품업자로 오인 받아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한 번은 최치원 관련 자료를 구하려고 충남 예산 경주 최씨 문중을 찾았는데 싸리비로 내쫓으며 얼씬도 못하게 하더군요.”

수작업으로 하는 비 제작은 쉬운 일이 아니다. 원문을 복사해 재료인 오석에 붙이고 정으로 일일이 한 글자씩 새겨 나간다. 석각 전문가 한 사람이 가로 80㎝×세로 120㎝짜리 비 하나를 완성하는 데 보통 꼬박 4~5일이 걸린다.

기계 작업으로는 필체의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는다. 개당 250만 원 가량인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재료 값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유산으로 받은 전답까지 팔아야 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박물관에는 김 생, 강감찬, 안평대군, 김정희 등 신라시대부터 조선 말기까지 명필과 유명인의 글씨를 새긴 석경(石經) 500여 점과, 옛 명문(名文) 탁본 등 총 6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용 탁본 연습실도 마련해 놓았다.

그는 요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비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시대 작가들의 작품도 먼 훗날에는 역사로 기록되지요.”

30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에는 역대 명필의 글씨를 새긴 것은 물론 역사적 인물의 초상화와 임금의 글씨인 어필, 현대 동시 등을 새긴 비 250여 점을 선보인다.

문의 (043)544_2548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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