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정전기 때문에 성가셔진다. 껴입었던 옷을 벗으면 “탁탁”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불꽃이 일고 몸이 따끔거린다. 자동차 문을 열기도 겁이 난다.
정전기란 발생한 전기가 한 물체에서 금방 다른 물체로 이동하지 않고 머물러 있는 현상이다. 대부분 물체가 서로 마찰할 때 발생한다고 마찰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같은 겨울철 정전기로 고생하는 사람은 4명당 1명 꼴. 물론 크게 위험하거나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처럼 불편하다. 겨울철 정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법을 알아보자.
왜 생기나
정전기는 날씨가 건조해지는 환절기나 겨울철에 기승을 부린다. 습도가 10~20%인 건조한 날에는 정전기가 공기 중에 흡수되지 못하고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습도가 10~20%인 날에 카펫 위를 걸으면 3만5,000볼트의 정전기가 발생하지만 습도가 60∼90% 이상일 때에는 1,500볼트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정전기는 전압이 높아도 전류가 없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사람과 마찰해 정전기를 많이 일으키는 물체는 폴리에틸렌, 아크릴, 금, 은, 고무, 쇠, 나무, 머리카락, 유리 순이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처럼 맨발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몸에서 양이온(+), 음이온(-)의 불균형이 발생하면 즉시 땅으로 방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발을 신고 살아가는 현대인은 정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고 정전기가 우리 몸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어떠한 병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또 전압은 높은 편이나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는 전류’이므로 감전 위험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
정전기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젊은 사람보다는 피부가 건조한 노인들이 정전기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정전기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만 볼트의 전압으로 인해 피부염증이 악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전기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하게 느낀다. 남자는 4,000볼트 이상 돼야 정전기를 느끼는 반면, 여성은 2,500볼트만 돼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뚱뚱한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이 정전기를 민감하게 느낀다. 반면 몸이 습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비교적 정전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
자주 손 씻고 보습제 발라야
정전기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이에 대해 대전 선병원 가정의학과 김응수 과장은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해주고 체질적으로 피부가 건조한 사람은 보습제 등을 온몸에 충분히 발라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내에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여주고 손을 자주 씻는 것도 정전기를 줄이는 한 방법이다. 또한 빨래할 때 정전기를 줄여주는 섬유 유연제, 정전기 방지 스프레이와 정전기 방지 기능을 포함한 구두 등도 도움이 된다.
정전기는 모발 끝이 갈라지거나 끊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성(脂性) 모발이라도 겨울에는 샴푸를 한 뒤 반드시 린스를 해서 정전기를 막아야 한다.
빗의 종류도 정전기와 관련이 있다. 손잡이나 몸 판이 플라스틱이나 금속 소재인 경우 정전기로 인해 제대로 빗질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세게 빗질을 하다 보면 두피를 다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가급적 나무 손잡이로 된 브러시를 사용하고 나일론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브러시는 사용하기 전에 물에 살짝 담가 정전기를 예방해야 한다.
차에서 내릴 때에도 차문을 열고 한쪽 손으로 차 문짝을 잡은 상태에서 땅에 발을 내딛으면 정전기를 피할 수 있다. 자동차 문을 열 때에도 동전이나 열쇠 등으로 차체를 툭툭 건드려 정전기를 흘려 보낸 뒤 연다. 열쇠의 뾰족한 부분과 자동차 문은 둘 다 금속이기 때문에 정전기가 쉽게 이동한다.
옷의 소재도 정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화학섬유 소재보다는 천연섬유나 순면으로 된 것을 입어야 정전기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정전기 방지처리 원단으로 만든 옷을 입거나 정전기 방지용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외출 시 스커트나 바지가 몸에 들러붙거나 말려 올라가면 임시방편으로 로션이나 크림을 다리나 스타킹에 발라주면 없앨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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