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자행된 국가정보원의 도청 범죄를 두고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언행과 논란이 가당찮다. 검찰 수사는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무차별적 도청과 사찰, 공작이 이루어진 국가기관의 범죄를 엄중하게 밝히고 있음에도 정치권이 보이는 행태는 기껏 감정싸움이나 정치게임 수준이다. 엄청난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국민과 도청 피해자들을 다시 한번 모독하는 처사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임동원 신건 두 전직 국정원장의 구속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하고, 민주당은 ‘김대중 죽이기’라며 반발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이 말들을 어떻게 들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또 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DJ가 무도하다”고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집권 기간에 일어난 도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대통령이 못하게 하는 것을 어떻게 했겠는가”라는 DJ의 말에서 그의 심정을 못 읽을 바는 아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겸허한 자세로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것이어야 한다. YS도 변명의 여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검찰수사를 정부의 정치적 음모로 몰아가려 하나 이 역시 드러난 사실들을 두고 당시 집권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이야말로 다른 정략의 발로가 느껴지는 본말전도이다. 열린우리당은 더 가관이다. 검찰을 비난하는 집권당이 고작 하는 일이 YS정부 시절 도청 처벌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 개정 추진이다.
모두가 DJ와 지역정서를 의식한 정치 계산들이다. 전국민이 피해를 당한 국가범죄를 놓고 치졸한 동기, 유치한 방식으로 호도하고 활용하려는 행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책임지고 반성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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