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대여된 러시아의 고가 미술품들이 현지에서 전격 압류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 16일 스위스 정부의 개입으로 간신히 풀려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문제의 작품들은 러시아 푸슈킨 미술관 소장품으로, 스위스 발레 칸톤(일종의 주) 마르티니시(市)의 한 미술재단에서 5개월간 전시를 마친 뒤 이날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와 채무관계로 알력을 빚던 스위스 무역상사 노가 측이 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반출 직전 이를 전격 집행했다. 압류된 작품은 모두 54점으로, 프랑스의 유명 인상파 화가인 마네 모네 르노와르 드가 등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국가적 문화유산이 사적인 다툼으로 압류되는 것을 금지한 국제법을 들어 압류조치를 즉각 해제할 것을 명령, 사태는 다행히 조기 수습됐다.
노가는 1990년대 초 러시아 정부와 식료품과 석유를 맞교환 하는 15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1993년부터 러시아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6억 8,000만 달러의 채무 변제를 종용해왔다. 노가는 2000년 프랑스 해양축제에 참가 중이던 러시아의 범선, 2001년 프랑스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계좌, 파리 에어쇼에 참가한 러시아 전투기 2대에 대해 압류 혹은 동결 조치를 신청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인질극”으로 규정하고 스위스를 ‘괘씸죄’로 다스려야 한다는 강경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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