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2005 국제영상견본시(BCWW) 개막 리셉션이 열린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 다이아몬드홀. 낯선 이방인 모녀 첼리스트가 들려주는 ‘아리랑’ 선율에 참석자들의 이목이 쏠렸다.
주인공은 불가리아의 소도시 바르나 음악학교 교사인 다니엘라 키릴로바(44)씨와 그의 딸이자 제자인 카멜리아(18)양. 2년 전부터 아리랑TV를 즐겨보며 ‘한국 마니아’가 된 이들 모녀는 BCWW를 주최한 아리랑TV 초청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전에는 한국 하면 삼성 기아 같은 기업밖에 몰랐어요. 우연히 아리랑TV를 보게 된 뒤 한국의 문화와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죠. 트럼본 연주자인 남편을 포함해 우리 가족은 매일 아리랑TV를 함께 보는 것이 일상이 됐습니다.”
키릴로바씨는 음식 프로그램에서 배운 대로 김치도 가끔 담가먹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고추와 마늘을 너무 많이 넣어 몹시 매웠는데, 친정아버지는 맛있게 드셨어요. 이젠 매운 음식도 잘 먹지만, 딸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이에요.”
그는 지난해 봄 동네 케이블방송사가 아리랑TV 전송을 중단하자, 이웃 주민 212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내 방송을 재개시키기도 했다.
키릴로바씨 가족은 ‘한국음악 전도사’로도 활약이 대단하다.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음악 악보와 연주 동영상을 구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엔 한국음악 21곡을 담은 음반 ‘For the Love of Korea’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한국음악은 편안하면서도 깊고 영적이에요.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는 작곡가 김연준, 많은 영감을 주는 첼리스트 조영창을 가장 좋아해요.”
모녀는 20일 오후 2시 서초동 모짜르트홀에서 작은 음악회도 연다. ‘청산에 살어리랏다’(김연준 작) 등 8편의 한국곡과 ‘Dance’ 등 2편의 불가리아곡을 연주할 예정. 키
릴로바씨는 “학생들에게도 틈틈이 한국음악을 가르치는데 다들 좋아한다”며 “내년에는 음악사 수업에 한국음악을 포함시키도록 학교측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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