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은 순수를 뜻한다거나 빨강색은 정열을 의미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통념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색은 사회와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녔다.
철학자 미셀 파투로는 “색이란 자연적 현상이면서 동시에 복합적인 문화의 산물“이라며 “색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현상이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디자인 전문 학교 SADI(Samsung Art & Design Instituteㆍ학장 원대연)가 개교 10주년을 맞아 미국 뉴욕의 패션 명문 FIT(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의상 박물관(관장 발레리 스틸)과 공동 주최하는 ‘레인보우: 컬러와 패션’전은 패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 색의 변천사다. FIT의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진귀한 의상 컬렉션 중 50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국제 교류전으로 24일부터 로댕갤러리에서 열린다.
수준 높은 컬렉션과 논쟁적인 전시 작업로 세계 패션인들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FIT의상박물관이 동양권에서 전시회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지개 색상에 한국 전통의 오방색(적 청 황 흑 백)을 가미해 모두 8가지 색상의 변천사를 담은 전시다. 시대적으로는 1800년대 중반부터 20세기까지, 인물로는 샤넬 발렌시아가 구치 디올 등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작업을 망라한다. 비록 작품수는 많지 않아도 150년에 걸친 색채 의미의 변천사와 패션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다.
흰색만 보자. 1867년 제작된 미국의 오후 티타임용 드레스는 유행에 민감한 귀족이나 부호 등 특권층의 전유물로 상류층을 의미했다. 마담 그레의 1944년제 이브닝 드레스는 흰색에 고딕적인 정결함을 불어넣었으며 1996년 가을 컬렉션에 발표된 구치의 흰색 드레스는 도발과 관능의 이미지를 담고있다는 해석이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방색의 이미지 작업도 선보인다. 서정기 정구호 김동순 앤디앤뎁 박은경 등 5명의 디자이너들이 각기 오방색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 25점이 실물 전시된다.
전시를 유치하기 위해 직접 FIT를 방문하는 등 행사를 총괄 지휘한 원대연 학장은 “디자인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 요소가 된 시대”라고 전제, “이번 전시가 패션 디자인의 세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미국측 기획자로 참가한 발레리 스틸 FIT의상박물관 관장은 21일 내한, 기자 회견과 세미나 등 공식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전시는 2006년 1월 27일까지 열린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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