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회는 ‘여의도 단식원’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에 이어 가칭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과 우리당 선병렬, 양승조 의원까지 경쟁적으로 단식을 시작했다. 강 의원을 뺀 정 의원 등이 단식하는 이유는 24일 행정복합도시 특별법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대해 “합헌 결정을 하라”고 압박하기위해서란다.
정 의원(충남 공주ㆍ연기)은 15일부터 의원회관 3층 의원실에서 생수와 스포츠 음료로 버티고 있다. 그는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않는 사람은 국회의원도 아니다”라며 의원직까지 걸었다. 하루 늦게 단식을 시작한 양 의원(충남 천안갑)과 선 의원(대전 동구)은 아예 의원회관 로비로 나와 농성하고 있다. 지나가던 한 의원은 “정 의원이 단식한다니 여당의 충청권 의원들까지 지역구 눈치를 보느라 단식을 시작한 모양”이라며 씁쓸해 했다.
실제 이들은 단식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 의원측은 16일 “선병렬 의원 단식 돌입!”이라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출입기자에게 일제히 보냈고, 17일엔 아예 선 의원과 양 의원이 짐짓 비장한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농성하는 사진을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일제히 발송했다.
의원들은 이들의 처지를 이해한다면서도 마냥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당 의원들조차“국회의원이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단식을 해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생명을 담보로 헌재에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혀를 찼다. 한 여당 의원은 17일 “얼마 전 김원기 국회의장이 사석에서 ‘의원들의 건강을 위해 단식 금지법이라도 만들든지 해야겠다”고 뼈있는 농담을 했는데 정말 그래야 하는 것 아닌지…”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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