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 뉴미디어가 한일ㆍ중일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본에서 나왔다. 4월부터 한중일 3국의 인식차와 미디어의 영향력에 관해 공동연구를 벌이고 있는 아사히(朝日)신문과 게이오(慶應)대학은 17일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들 국가에서 서로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하는 과정을 분석했다.
오이시 유타카(大石裕) 게이오대 교수는 최근 3국에서 일어난 현상을 ‘미디어 내셔널리즘’이라고 명명하고 이를 “미디어와 인터넷의 보급이 오히려 국가를 단위로 하는 민족주의를 증폭시키고 있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일본의 경우 3가지 과정으로 민족주의가 강화됐다. 우선 일본 미디어, 특히 TV 방송이 9ㆍ11테러 이후 북한의 납치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일본인들의 사회적 응집력을 강화시켰다.
다음으로 미디어는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외국의 내정간섭에 대해 결연히 대응하는 정치가’로 미화했다. 이 때문에 고이즈미에 대한 지지가 내셔널리즘의 고양으로 연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다음으로 역사인식 등을 둘러싼 한일ㆍ중일간의 갈등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미디어와 국민여론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내셔널리즘을 증폭시켰다.
그는 이 같은 양상은 한국 사회에서도 나타나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을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인터넷 여론 전문가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지칭잉(祁京瀅ㆍ도쿄대 대학원 학제정보학부) 연구원도 “지난 봄 발생한 중국의 대규모 반일 시위를 주도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 뉴미디어”라고 단언했다.
반일 감정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5월 인민일보 홈페이지에 적힌 2,941건의 게시판을 분석한 그는 “관제 언론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킬 수 없었던 ‘성난 군중들’이 인터넷 등 뉴미디어로 몰려 반일 감정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오이시 교수는 “미디어에 의한 국제화의 진전이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 때문에 과도한 내셔널리즘을 재생산해 온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희극적인 역사라고 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