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의 계절이다. 첫째는 실력, 둘째는 매너, 다 안 된다면 최소한 ‘한 패션’해야 한다는 것은 골프장이건 스키장이건 다를 바 없다.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단순한 운동의 차원에서 개성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문화의 향유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된 시대, 스키나 스노보드 복장을 고르는 안목도 남달라야 한다.
● 전문가 부럽지않다- 내수압 10,000mm
올해 패션 업체가 쏟아내고 있는 스키/보드복 경향을 한마디로 하자면 ‘기능은 기본, 외양은 필수’ 쯤이 되겠다.
대부분의 업체에서 방수 기능을 나타내는 내수압 10,000mm(실험용 보드복 겉감에 물을 1초당 1cm올라가는 수압으로 접촉시켜서 실험용 겉감에 물이 스며들기 전까지 소요되는 물의 양. 10,000mm 란 말은 실험시 원단에 물이 스며 드는데 1,000초가 걸림을 의미한다)이상, 통풍에 대한 기준으로 삼는 투습도 7,000g 정도를 지원하는 소재를 사용한다.
그쯤 되면 준 전문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눈밭에서 뒹굴 일이 많아 방수투습 기능이 탁월해야 한다는 겨울 스포츠웨어의 기본적 기능의 면에서는 충분한 셈. 다만 통풍구 위치나 봉제선의 처리, 항균 소재의 사용 여부, 다양한 디지털 기기 수납 공간 처리 등이 디자인 요소로 차별화를 만들어 낸다.
● 설원을 달린다- 디지털 유목민
설원의 디지털족들을 위한 배려는 이제 스키/보드복의 필수 조건이다. 핸드폰은 기본, 새하얀 슬로프에서 펼쳐지는 역동적인 움직임들을 포착하기 위한 디지털 카메라, 혼자 즐기는 활강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어주는 MP3, 휴대용 게임기 등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세심하게 고려한 디지털 기기 수납기능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의 안전한 휴대를 위해 충격방지 포켓을 만들고 이어폰 줄을 외부로 편하게 꺼낼 수 있도록 이어폰 줄 내부 통로를 설치한 제품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옷에 부착된 나침반, 고글이 긁히지 않도록 안경 닦이 전용 천으로 내부를 만든 포켓, 시즌권 케이스 등 입는 사람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 스키복- 러시안 무드로 화려하게
스키복 패션에서 올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어느 때보다 트렌드가 민감하게 반영됐다는 것. 크게 나누면 러시안 무드, 짧고 날씬한 실루엣, 화려한 색상 등이다.
러시안 무드는 다채롭게 사용된 모피에서 엿볼 수 있다. 모자에만 모피를 덧대던 지난해 경향과 달리 스키복 상의 위에 모피 조끼를 덧입게 한 제품이나 반짝이는 구슬(beads)을 달아 복고적인 느낌을 준 것들이 눈길을 끈다.
상의의 길이도 짧아지는 추세다. 평상복 재킷의 길이가 짧아지는 트렌드는 물론, 최근 인기를 끄는 카빙 스키의 영향이기도 하다. 일반 스키에 비해 길이가 짧고 역동적인 활강이 가능한 카빙 스키는 몸을 많이 낮추어 타기 때문에 재킷 길이가 길면 땅에 끌려 활동에 지장을 준다. 또 허리에 벨트를 달아 잘록한 허리선을 강조하면서 하체를 길어 보이게 만든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 보드복- 설원과 도시를 함께 품다
스노보드 패션은 과도한 힙합 스타일에서 탈피, 일상의 아웃 도어로도 손색이 없는 세련된 도시풍으로 대거 선보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풍성한 느낌과 활동성을 위해 자신의 신체 사이즈보다 2치수이상 큰 것을 입던 것이 유행이었으나, 올해는 하의는 예전과 같지만 상의의 경우 1치수 정도만 큰 것을 선택하는 추세다. 상의를 상대적으로 작게 입는 패션 경향과 맞닿아 있다.
도시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밀리터리 스타일의 프린트나 모터사이클 룩에서 영감을 얻어 다양한 절개선과 스티치 장식으로 속도감을 표현한 제품들, 또 캐주얼한 데님 소재에 방수 코팅을 한 제품 등 세련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제품들도 선보였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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