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점의 인터넷 관리 체제가 16일 튀니지에서 개막한 유엔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를 계기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정부가 설립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독점 관리하는 현행 인터넷 체제에 중국 등 개발도상국과 유럽연합(EU)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패권국가 미국의 방어막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15일 100여 개 국 대표들은 현행 인터넷 도메인 관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각종 인터넷 정책 이슈를 다루기 위한 정부간 ‘인터넷 관리 포럼’을 내년 1ㆍ4분기 중에 창설키로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포럼은 유엔이 주관하며 도메인 문제를 포함한 인터넷 보안 등의 이슈를 다루지만 정책 결정 권한은 없는 기구이다. 데이비드 그로스 미국 대표는 “미 정부의 역할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 승인할 합의문 초안은 현재의 사적 기구에 의한 인터넷 관리 체제가 효율적이라는 내용을 담는 등 미국의 주장을 대폭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유럽과 개발도상국들은 ICANN이 비영리독립기구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미 정부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점을 비판하며 인터넷 관리권을 국제기구로 옮길 것을 요구해왔다.
ICANN은 포르노사이트 전용 도메인 ‘.xxx’을 신설하려던 계획을 우익 보수층 로비에 밀린 미 상무부의 요청에 따라 보류했을 정도로 미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은 이에 맞서 ‘개방적이고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은 ICANN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등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독립기구인 ICANN에서 국제기구로 인터넷 관리권을 넘길 경우 결국 각국 정부가 반민주적으로 인터넷을 관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 관리권 논쟁으로 이번 회의 주요 의제인 정보 부국과 빈국간의 ‘디지털 격차 해소’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소장이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위한 보급형 100달러짜리 노트북 모델을 공개, 각국의 관심을 모은 게 고작이었다.
▲ 키워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The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전세계 인터넷 도메인과 IP(인터넷 프로토콜) 주소의 할당ㆍ관리 및 인터넷 기술 표준을 관장하는 비영리 독립기구. 도메인 분쟁도 해결한다.
인터넷 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포스텔이 개인적으로 관리해오던 기능이나, 인터넷 확산으로 본격적인 관리기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1998년 미국 정부가 설립했다.
이사회에 미국 이외에 호주 브라질 독일 일본 한국 등 다양한 국가 시민이 참여하나, 미 상무부와의 계약에 의해서 운영되며 최종적으로 미 상무부가 감독권을 행사한다. 본부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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