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의 가산 이효석(1907~1942)이 일본어로 쓴 소설과 수필이 ‘은빛 송어’(해토 발행)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책에 묶인 단편 5편과 수필 9편 가운데 ‘엉겅퀴의 장’(단편)과 ‘대륙의 껍질’(수필)을 제외한 12편이 최초로 발굴ㆍ번역된 것이다.
한 일본 여성을 사모하는 조선 젊은이들의 사랑과 질투를 그린 애정소설 ‘은빛 송어’와 고향의 가을 풍경을 편지글 형식으로 옮긴 ‘가을’ 등은 시적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작가의 면모를 새삼 느끼게 한다.
또 고구려시대의 칼을 탐내는 일본인 박물관장과 그의 유혹을 뿌리치는 조선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은은한 빛’ 등 일부 작품에서는 은근한 민족의식을 엿볼 수 있다. 문학의 다양성을 옹호한 ‘유도소식’이나 서양 문물에 대한 불편함에 대비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주을 소묘’ 등 수필의 아름답고 결기 있는 문체도 돋보인다.
이들 작품은 특히 태평양전쟁 이후 일제의 조선어말살 정책과 내선일체론에 근거한 ‘국민문학’시기, 요절한 작가의 마지막 문학세계를 조명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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