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버젓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현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 신호등과 가로등에는 의원이나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이 10여개나 걸려 있다. 현수막 내용은 의원 주최로 열리는 각종 정책토론회, 공청회에서부터 정당 행사, 의원 모임, 의원 개인의 출판기념회 등이다.
문제는 이런 현수막 게시가 모두 불법이라는 점. 현수막을 걸기 위해서는 우선 관할 구청에 신청을 해야 한다. 그 중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에 한해 지정한 장소에 일정 기간 동안 비용을 내고 현수막을 걸게 된다.
더구나 국회 앞은 구청이 정한 현수막 게시 장소가 아니어서 신청을 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 현수막 중에는 행사기간이 지났지만 내리지 않고 방치해 놓는 경우도 있다.
또 현수막 줄을 묶었던 가로등과 신호등 기둥은 위에서 아래까지 그 동안 걸었던 끈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 지저분한 채로 방치돼 있다.
국회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모(29ㆍ대학원생)씨는 “현수막이 밑으로 내려와 통행이 불편할 때도 있다”며 “신호등에 걸린 줄 무더기도 눈에 거슬린다”고 말했다.
구청 측은 단속을 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한 달이면 수백개의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모든 의원에게 공문을 보내기도 여러 차례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이 관계자는 “철거가 심해지면 한 동안 뜸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불법 현수막이 등장한다”고 혀를 찼다.
의원들은 책임 소재를 미루기에 급급하다. 현수막을 내건 한 의원은 “현수막 제작 업체가 허가까지 모두 대행해 정당한 절차를 거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모두 그렇게 해서 우리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며 방관하고 있다. 사무처 담당자는 “사무처는 국회 경내만 관리한다”며 “국회 앞은 구청의 관할”이라고 말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장세철 팀장은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은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