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16일 두 전직 국정원장 구속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반발 소식이 전해지자 출신이나 계파를 가리지 않고 온통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
호남 민심의 이반에 대한 걱정은 물론이고 “친노(親盧) 대 반노(反盧)의 대결구도가 심화할 것”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나올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들이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내 “이러다 분당하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 우려로 변했다.
일단 당 지도부는 파문 진화를 위해 ‘DJ 코드 맞추기’에 진력했다. 전병헌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불법 도청의 최대 피해자였던 김 전 대통령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며 “국정원을 개혁하고 도청을 근절시킨 분들이 도청을 지휘했다고는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병두 기획위원장도 “김 전 대통령이 인권과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하고 국정원 개혁을 지시한 분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 내분을 걱정해 가급적 이번 사태의 원인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돌리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언급만으로는 당을 뒤덮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수 없었다. 호남 출신 및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민주당과의 통합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고 대놓고 말했다.
전남 여수가 지역구인 주승용 의원은 “DJ 발언으로 바닥민심은 더욱 악화되겠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은 오히려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서울 성동을) 의원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민주당과의 통합이나 범민주개혁세력의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의 우리당으로는 내년 지자제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니 차제에 민주당과의 통합을 포함한 정계재편을 시도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찮다. 친노 직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DJ의 상처가 부담스럽지만 불법 도청이 사실로 드러난 이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는 새 정치를 희망하는 국민을 바라봐야지 DJ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앞서 열린 의총에서도 향후 대립을 예고하는 듯 전혀 다른 의견이 개진됐다. “진짜 도둑은 나 몰라라 하는 검찰의 싸구려 편협정치” “사시 17기(노무현 대통령과 동기)들이 검찰에 남아 다 결정한다”는 검찰에 대한 비난들이 제기되는 와중에서도 “도청은 잘못된 것이니 두둔만 하지말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자”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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