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의 은재부터 서릿발같이 찬 ‘토지’의 서희까지, 코믹 드라마와 사극을 넘나들었던 김현주가 ‘프라하의 연인’ 후속으로 26일 첫 방영되는 SBS ‘백만장자와 결혼하기’(극본 김이영 연출 강신효)로 돌아온다. 이번엔 가난하고 머리도 나쁜 남자 영훈(고수)이 백만장자로 가장해 자신의 배필을 찾는 리얼리티 쇼에 그의 ‘첫 사랑’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는, 신데렐라 지망생 은영 역이다.
은행 계약직 여직원으로 쿠폰까지 오려 사용하는 짠순이 은영은 ‘파란만장…’의 은재 역과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 “밝고 씩씩하고, 돈에 목숨 거는 건 은재랑 똑같아요. 그래서 진짜 고민 많이 하고 굉장히 오래 튕겼죠. 하지만 ‘파란만장’이 철저하게 웃기는 드라마였다면 이번 건 좀 멜로에 가깝다는 게 달라요.”
게다가 언뜻 보기에는 숱하게 쏟아져 나온 신데렐라 드라마와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요즘 드라마의 여자 캐릭터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사실을 부인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은영이 공주가 되지 못한다는 차이점은 있어요. 처음엔 돈 때문에 영훈을 좋아하지만 나중엔 영훈이 가난하다는 걸 알면서도 진짜 사랑을 하게 되죠.”
자연스럽게 실제로는 ‘사랑과 돈 중 무엇이 우선 순위냐?’는 질문이 나온다. 김현주는 망설임이 없었다. “사랑이에요. 돈이 없으면 또 모르는데 많지는 않아도 살만큼은 있고 직업도 아직까지는 보장이 돼 있으니까요. 그건 데뷔 이후 바뀌지 않은 믿음이에요.”
그래서 일까, 그녀는 스스로를 일러 “겉으로는 일부러 이성적으로 보이려 노력하지만 알고 보면 감상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서민적 느낌을 주는 연기를 하는 건 누구보다 자연스럽게 잘해내는 것 같다”는 말도 뒤따른다. “그렇게 살아온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렇게 부자는 아니잖아요. 제가 그만큼 평범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말 속에는 당초 우려와 달리 ‘토지’에서 서희 역할을 그럴법하게 해낸 연기자의 자신감이 숨어있는 듯 했다. “좀 뿌듯했어요. 잘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런 역할을 아무 탈 없이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는 것과 세 남매의 어머니 연기를 하면서 ‘아, 나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