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남아있는 대표적 전통 양반가옥으로 꼽히는 용인 한국민속촌 내 99칸 기와집(사진)이 일제시대 친일파 이근택(1865~1919)의 별장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달호 경기 수원시 학예연구사는 16일 “민속촌 내 양반가옥은 1970년대 중반 수원시 남창동에서 이전ㆍ복원된 것”이라면서 “몇 해 전 충남 공주시로 답사를 갔을 때 이근택의 후손으로 알려진 사람으로부터 민속촌 양반가옥이 이근택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집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근택은 구한말부터 일제 초기까지 10여년간 이 별장을 이용하다 당시 수원지역 최고 거부였던 양성관씨에게 팔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99칸(기둥 4개가 1칸)이라고 하지만 실제 130여칸에 이르는 이 집은 현재 민속촌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양반관’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여인천하’ ‘대장금’ ‘다모’ 등 역사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사용됐다.
민속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속촌의 성격상 전통 양반가옥이 필요해 그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집을 양성관씨로부터 매입했다”면서 “하지만 이 집의 전 소유주가 이근택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구한말 군부대신이었던 이근택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앞장서 1910년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던 을사오적의 한 사람이다.
이근택의 형 이근호의 손자(78)는 등기부 말소로 소유권이 국가로 넘어간 12건의 토지에 대한 반환소송을 수원지법 등 전국 4개 법원에 내 지난해 1월 경기 화성시, 충북 음성군 토지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15일 경기 오산시 땅 반환소송에 대해서는 수원지법 민사2단독 이종광 판사가 “친일행위의 대가로 얻어진 재산권을 다룰 법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 판결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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