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관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산에는 경찰 사상 최대 인원인 3만여명이 투입됐다.
이들은 정상회담장인 벡스코와 누리마루 하우스, 정상들이 머물 해운대 특급 호텔 주변 등을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 한 호텔에 평균 150여명 이상이 삼엄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203개 중대의 경찰관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상황에 따라 24시간 근무를 서고 근무 후 3~5시간 정도만 잠을 청한 뒤 곧바로 현장에 다시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부산경찰청 1층 대강당과 연수원, 사직운동장 선수대기실 등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특히 최근 차가운 바닷바람과 함께 기온마저 뚝 떨어져 새벽에 경계 근무를 서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타지에서 온 경찰관들의 고생은 더 크다. 대구에서 지원을 나와 벡스코를 지키고 있는 이모 일경은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다 보니 다리가 퉁퉁 부어올랐다”고 말했다.
또 워낙 각지에서 모이다 보니 경계근무자들끼리 서로 어디 소속인지 몰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하고, 행인들이 부산 시내 지리를 물어와도 몰라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관들도 고역은 마찬가지다. 경찰 종합상황실의 한 관계자는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쉬게 돼 있지만 워낙 바쁘다 보니 집에 갈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고, 부산경찰청 경비책임자는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지내느라 사놓은 양말 10여 개가 벌써 동이 났다”고 말했다.
고생스런 나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들의 사기는 꺾이지 않았다. “며칠 만에 집에 들어갔다 옷만 챙겨 입고 막 나오려니 세살 먹은 아들이 울어서 마음이 아팠다”는 최모(32) 경장은 “며칠 남지 않았잖아요. 그동안 고생했던 게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죠”라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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