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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멕시코 '반미-친미'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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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멕시코 '반미-친미' 격돌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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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강아지’ 설전 끝에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심각한 외교 마찰을 빚고 있다. 강아지란 미국에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떠는 친미 국가를 뜻한다.

찬성 29개국, 반대 5개국으로 갈려 있는 미국 주도의 FTAA(미주자유무역지대) 추진 문제가 좌파ㆍ 반미주의자인 차베스와 코카콜라 임원 출신의 친미 보수파 폭스간 불화의 불씨를 지폈다.

4,5일 열린 미주 정상회담을 앞두고 폭스가 “반대 국가를 배제하고라도 FTAA를 추진해야 한다”며 친미 선봉장을 자처하자 차베스는 그를 “미국의 강아지”라고 몰아세웠다.

잠잠하던 논란은 13일 차베스가 폭스를 향해 강아지를 다시 거론하면서 재점화, 급기야 각자가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에 폭스가 추가 대응을 지시하는 등 갈등은 감정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멕시코 검찰도 대량 밀반입된 헤로인이 베네수엘라에서 선적됐다고 폭로하며 폭스를 거들었다. 베네수엘라는 이번에 미국이 차베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폭스를 지원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불화의 이면에는 두 사람의 이해가 얽혀 있다. 차베스가 남미 주도권을 노리고 미국의 대리인을 자임하는 폭스의 실체를 폭로했다는 것이다. 임기 말의 폭스에게도 차베스 깎아내리기는 손쉽게 지지기반을 넓히는 호재다.

멕시코에선 내년 7월 대선의 유력 후보인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르바도르 민주혁명당 당수가 차베스측과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불똥이 정치권으로 튀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남미연구소의 할리 샤이큰 교수는 “두 사람이 처음 의도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커졌다”며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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