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혁신의 중심지라는 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입니다. 그러나 국회,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는 외국 기업의 투자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APEC 기간 중 이희범 산업자원부장관 주관으로 16일 부산시청 VIP룸에서 열린 ‘CEO 지상 간담회’에 참석한 외국의 각 분야 기업 대표들은 덕담과 함께 한국 정부에 대한 신랄한 요구를 쏟아냈다.
간담회에는 이 장관과 이베이(eBay)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 퀄컴 CEO 폴 제이콥스, 씨티그룹 빌 로즈 수석부회장, 머크사 아시아지역본부 데이빗 앤스티스 회장, 미 상공회의소 마이런 브릴리언트 부회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재계 거물’들의 제안을 요약한다
이희범=장관 한국은 해외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인으로서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십니까.
앤스티스= 한국이 앞서가고 있는 분야로 단연 생명과학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세계적인 성과로 한국을 바이오산업 관련 연구ㆍ개발(R&D) 센터가 들어서는 데 가장 적합한 곳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용화 노하우를 보유한 국제 기업과 공조해 나간다면 더욱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이콥스= 무선통신 분야에서 한국의 풍부한 정보기술(IT) 인력과 우수한 교육환경은 외국기업의 투자기지로서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단 통신사업 분야에서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은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희범=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들이 방해가 됩니까.
제이콥스= 특정기술 선택이나 단말기 보조금 등을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이는 시장에서 주도해야지 정부가 강하게 개입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 국회, 시민단체 등이 기업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상황도 외국 기업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휘트먼= 이베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행할 사업 대상지역을 선정하는 기준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냐 여부입니다. 기업규모 등 이전의 기준들은 오히려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로즈= 금융시장의 경우 최근 한국 정부의 규제완화에 대한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국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직접 개입을 줄이는 대신 금융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한 것 같습니다.
이희범= 정부가 기업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다고 봅니까.
휘트먼= 전자상거래 업체의 가장 큰 고충은 많은 투자자금에 비해 초반의 영업실적이 저조해 좋은 실적을 낼 때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훌륭한 벤처기업들이 제2, 제3의 이베이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세제 및 행정지원이 절실합니다.
앤스티스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적극 지지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다섯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장에 근거한 경쟁 ▦바이오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지원 ▦지적재산권 보호 ▦빠른 신약 접근성 ▦국제 기준에 맞춘 환경 및 법제도 정비 등이 그것입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상(FTA)이 더해질 경우 한국의 투자환경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으로 봅니다.
이희범 미국에서 한국, 그리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브릴리언트= 최근 6자회담에서 성과가 나오는 것을 미국 기업들은 투자여건 개선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 현대 등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의 건실한 영업실적도 한국 기업에 대한 평가를 개선하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새겨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노사 문제의 투명성과 일관성도 한국정부가 가진 과제입니다.
이희범= 세계적인 기업인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제기된 내용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부산=특별취재단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멕 휘트먼 사장 회견
산업자원부가 개최한 ‘APEC 투자환경설명회’ 참석차 부산을 찾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의 멕 휘트먼(49) 사장이 16일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한국에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경영본부를 설립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 및 신규시장 개척, 기술혁신 지원 등 모든 결정을 한국에서 내리겠다” 고 말했다.
휘트먼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시민들의 높은 교육수준 등 한국이 아시아 e-비즈니스의 허브가 되는 데 충분한 여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면서 “아태경영총괄본부에서는 지역 내 이베이가 진출국에 대한 기능적, 재무적, 전략적 결정들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께 서울 역삼동에 설립될 아태경영총괄본부의 수장은 지난해 8월부터 이베이의 아시아 총괄부사장을 맡아온 이재현 전 옥션 사장이 맡는다. 이베이는 현재 한국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아태지역 10개국에서 3,0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휘트먼 사장은 “정보통신은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사업 부문의 하나”라면서 “미래의 IT사업은 모바일 e-커머스와 인터넷전화(VoIP)가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지난해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 올해 월스트리트저널이 뽑은 ‘주목해야 할 여성 50인’ 가운데 1위에 선정됐으며,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APEC 기간 중 가장 만나고 싶은 명사’로 꼽히는 등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성 CEO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태 지역의 거점으로 한국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아태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은 22개다.
부산=특별취재단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 투자환경설명회 16일 개막
“정보통신(IT)과 생명과학(BT), 개성공단 개발의 매력을 지닌 한국에 투자하세요.”
‘파트너십을 통한 공동번영’ 이라는 주제로 16일 부산시청에서 개막한 ‘APEC 투자환경설명회’ 에는 21개 APEC 회원국 정부 대표, 기업인, 학자, 국제기구 대표 등 8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개막식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축사에 이어 도널드 존스톤 OECD 사무총장, 멕 휘트먼 이베이 사장,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멘델 컬럼비아대 교수의 연설 등이 이어졌다.
한국투자환경설명회와 지역별 투자환경설명회에서는 한국의 IT, BT 산업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 및 북한 개성공단에 대한 소개가 처음으로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IT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설명하기 위해 연사로 나선 삼성종합기술원 임관 원장은 “향후 IT산업은 지능형 로봇, 미래형 IT 자동차, 홈시네마, e-헬스, 전자종이, 착용형PC 등의 기술에 달려 있다” 면서 “글로벌 기업의 R&D센터 유치 등을 통해 한국이 IT 분야 신기술의 시험장(Test-bed)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2002년 시작된 개성공단은 우수한 노동력과 뛰어난 입지 요건을 갖추고 있다” 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개성공단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부탁한다” 고 당부했다.
행사를 주관한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를 통해 홍콩의 레저ㆍ관광 회사인 뉴월드 TMT 등 12개 기업 대표와 총 5억 600만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또 시청 로비에 마련된 34개 해외거점 무역관에 약 300여명의 해외투자가가 다녀가 2억 2,000만 달러 상당의 투자상담이 이뤄졌다.
부산=특별취재단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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