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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는 사주 보디가드 겸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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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자는 사주 보디가드 겸직하나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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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부 기자들이 사주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 '호위'에 나선 것과 관련 비판과 함께 기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X파일 공대위는 1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 전 대사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민노당과 공대위측은 "사장님 경호는 기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12일 귀국현장에서 홍 전 대사를 호위, 언론의 취재를 막은 중앙일보 기자들을 질책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도 "중앙일보 기자들은 지난 99년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탈세혐의로 검찰에 출두할 때처럼 이번에도 보디가드 역할을 자처했다"며 "사주의 주구 노릇을 더이상 하지 말고 언론인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X파일 관련자들이 모두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MBC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MBC가 확보하고 있는 녹음테이프에 대해서 공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 사무총장은 "X파일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및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입법청원을 다음 주에 낼 예정"이라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대승적 관점에서 입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민언련 성명서 전문.

중앙일보는 홍석현의 '정치적 보디가드'가 되려는가

중앙일보 기자들은 홍석현씨의 '정치적 보디가드'가 되기로 작정했는가?

12일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입국하는 현장에서 보여준 일부 중앙일보 기자들의 행태와 14일 중앙일보의 홍씨 관련 보도는 가히 '추태' 수준이다.

12일 오후 공항에서 두 명의 중앙일보 현직 기자들은 홍씨가 입국하기 전부터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질문 방법, 촬영 기자 숫자 등을 '지시'하다시피 했을 뿐 아니라 홍씨가 입국한 후 그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을 몸으로 막으면서까지 취재를 방해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기자들의 취재 방해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14일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홍씨를 취재하려는 언론사 기자들과 홍 전 대사의 경호원, 경찰 등이 뒤엉키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면서 중앙일보 기자를 "경호원"이라고 썼다.

한편 14일 중앙일보는 12면에 <홍석현 전 대사 입국 이번주 피고발인 조사> 라는 제목의 짧은 2단 기사를 싣는데 그쳤다. 신문을 구석구석 꼼꼼히 읽는 독자가 아니라면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 왼쪽의 가장 아래쪽에 편집됐다.

기사 내용도 홍씨의 '해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검찰에 나가서 상세히 진술하겠다", "여러 가지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다", "나도 지난 몇 달간 참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으며 (이번에) 대사직을 마무리하고 9개월 만에 귀국했다", "앞으로 안기부 불법 도청 사건이 원만히 해결돼 우리 사회가 과거를 딛고 밝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밑거름이 된다면 개인적인 아픔과 시련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등 홍씨 발언이 기사의 절반 이상이다.

홍씨의 비자금 전달과 관련한 의혹을 1면에 보도한 한겨레, 사설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조한 경향신문 등은 물론이고, 2면과 4면에서 홍씨 입국 현장의 모습과 수사 전망 등을 보도한 동아일보, 12면에서 홍씨의 출국금지 소식과 수사 방향을 다룬 조선일보와 비교할 때에도 중앙일보의 홍씨 관련 기사는 양적, 질적으로 상식을 벗어난 것이다.

지난 8월 5일 중앙일보 기자들은 '다짐의 글'을 자사 지면에 실었다. 기자들은 이 글에서 홍석현씨가 "삼성과 정치권의 부적절한 관계"에 개입한 데 대한 "반성" 삼성과의 관계 재점검 공정보도를 위한 노력 등의 뜻을 밝혔다.

당시 우리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구체적 실천"을 통해 다짐의 뜻을 보여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그 첫 번째 실천은 삼성과 홍석현 회장, 그리고 정치권력과 검찰 사이에서 벌어진 부정과 불법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보도하는 일이며, 두 번째 실천은 '삼성-홍석현-중앙일보'의 특별한 관계를 실질적으로 청산하고 자본으로부터 편집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서는 일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12일 공항에서 보여준 일부 중앙일보 기자들의 사주 비호 태도는 스스로 밝힌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며 모든 중앙일보 기자들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 나아가 독자들을 상대로 한 '다짐의 글'이 그저 자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얄팍한 수에 불과했다는 지탄을 면키 어렵게 됐다.

지난 99년 중앙일보 기자들은 보광그룹 탈세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홍씨를 향해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격려'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6여년이 지난 지금도 중앙일보 기자들의 의식 수준은 '사주에게 충성하는 것이 기자의 도리'라는 데 머물러 있는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중앙일보 내부에 언론인으로서 최老記?상식과 양심을 가진 기자들이 있다고 믿고 싶다. 우리는 이들에게 묻고자 한다. 동료기자들의 홍씨 '엄호' 행태와 중앙일보 지면에서 드러나는 낯 뜨거운 축소보도를 접하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X파일'이 공개된 직후인 7월 25일 중앙일보는 1면에 <다시 한번 뼈를 깎는 자기반성 하겠습니다> 라는 사설을 싣고 제목과는 정반대로 구차한 변명과 협박, 본질 흐리기로 일관해 독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홍씨의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도 중앙일보가 홍씨의 '정치적 보디가드'를 자임하고 나서고, 내부의 기자들이 여기에 동조 내지는 침묵한다면 중앙일보의 미래는 없다.

홍석현씨에게도 경고한다.

지금 'X파일'의 '깃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경-검-언의 추악한 커넥션을 부인하면서 '몸통'을 비호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홍씨가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중앙일보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자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 길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응해 모든 진실을 명명백백 밝히라. 그것이 더 이상 국민들에게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덧붙여 우리는 MBC 측에도 요구한다.

만약 홍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이 끝까지 거짓으로 일관하고, 검찰이 적극적인 진상규명의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보유하고 있는 'X파일' 테이프를 국민 앞에 공개하라. 국민들에게 엄청난 비리를 보도해 놓고, 검찰의 소극적 태도와 비리 당사자들의 부인을 탓하며 어물쩍 넘어간다면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공영방송으로서 씻을 수 없는 불명예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어 놓은 정-경-검-언의 유착에 대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MBC는 끝까지 진상규명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끝>

2005년 11월 14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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