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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아인슈타인 덕에 태어난 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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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 교수의 빛으로 보는 세상] 아인슈타인 덕에 태어난 디카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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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카메라와 필름을 제조하는 미국의 ‘이스트먼 코닥’사가 대규모 해고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디지털카메라가 카메라 시장을 휩쓸면서 세계적으로 필름 소비량이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한다.

가정마다 컴퓨터가 한 두 대씩 있고, 거리마다 PC방이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사진을 ‘파일’로 만들어 저장하는 것은 자연스런 모습인지도 모른다.

디지털카메라에서 일반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흔히 ‘전하결합소자’로 불리는 ‘CCD’(charge coupled device) 광검출기다.

CCD는 보통 동전 크기 정도의 반도체 소자인데, 빛이 닿으면 전자를 내놓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자는 전기적 신호로 바뀐 뒤 다시 디지털 신호로 변환돼 플래시메모리와 같은 저장장치에 저장된다.

디지털카메라를 살 때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된 화소(畵素)수는 CCD를 이루는 반도체 소자의 수를 말한다. 500만 화소의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면 500만 개의 미세한 반도체 소자가 모여있는 CCD가 사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각각의 화소에는 매우 작은 마이크로렌즈들이 달려 있어 입사되는 빛을 반도체 소자 위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화소수가 커질수록 동일한 피사체에 대해 더 세밀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CCD가 필름 역할을 대신하려면 우리가 찍으려는 대상의 명암과 색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명암은 피사체로부터 입사되는 빛의 양에 의해 결정되므로 각 화소별로 CCD가 바꾼 전자의 양을 재면 피사체의 명암을 쉽게 기록할 수 있다.

즉, 디지털카메라에 입사되는 빛을 하늘에서 내리는 비라고 한다면 CCD의 화소들은 빗물의 양을 재기 위해 놓아 둔 양동이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원칙적으로 CCD는 명암 만 표시할 수 있고 색상은 구분하지 못한다.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보통 CCD 화소 앞에 빛의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녹색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색필터를 달아 입사되는 빛을 색깔별로 나누고, 이 정보들을 합성해 최종적인 영상 정보를 얻는 방식이 사용된다.

우리가 시청하는 TV의 스크린을 구성하는 화소들의 색깔이 빨강, 파랑, 녹색 빛을 낼 수 있는 더 작은 단위들의 조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또 다른 종류의 필터들을 CCD에 적용하면 사람이 보지 못하는 적외선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가령 가시광선을 차단하는 필터를 끼면 야간에 돌아다니는 동물들의 몸에서 발산되는 적외선을 찍을 수 있다. 투시카메라는 이런 원리로 작동된다.

오늘날 CCD는 일반 카메라 뿐 아니라 각종 감시 카메라, 팩스와 스캐너, 각종 분광기와 천문 관측용 초고감도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담는 필름’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광검출기를 다루면서 반드시 얘기하고 넘어가야 할 과학자가 있다.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올해는 아인슈타인이 1905년 상대성이론, 광전효과, 브라운운동 등 20세기 물리학의 혁명을 가져온 이론들을 발표한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이 이론들 중에 1921년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 수상을 안겨준 ‘광전효과’가 바로 CCD와 같은 광검출기의 물리적 원리가 된다.

빛을 비추면 금속과 같은 물질의 표면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광전효과)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20세기 초에는 이 현상의 여러 특징들을 성공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빛은 파동’이라는 당시의 고정관념을 깨고 ‘빛이 일정한 에너지를 가진 알갱이들로 구성돼 있다’고 가정해 광전효과의 모든 특징을 성공적으로 설명했다.

빛이 파동으로서의 속성 뿐 아니라 입자로서의 성질도 갖고 있다는 이 이론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 생활을 지탱하는 정보전자기술의 바탕이 되는 양자역학의 탄생을 알리는 서막이었다.

디지털카메라에서부터 원자력발전소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기술과 문명에 배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내년 2월말까지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2005 아인슈타인 특별전’ (http://www.einstein2005.co.kr/)에 가보면 좋을 것 같다.

한림대 전자물리학과 교수

고재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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