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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하 軍의료 "아파도 참는다.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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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이하 軍의료 "아파도 참는다. 실시!"

입력
2005.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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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행군도중 쓰러져 17시간 만에 숨진 길주형(20) 이병의 아버지 길영배(49)씨는 국군논산병원에 CT촬영기가 1대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기가 막혔다고 했다.

이 병원은 훈련병 1만여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군내 2차 진료기관이다.

논산훈련소와 국군논산병원 군의관 등 4명을 과실치사 등 혐의로 고소한 길씨는 “군 의료체계를 확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어느 부모가 마음 놓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전역 보름 만에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숨진 노충국씨 사건에 이어 길씨 사건까지 터지자 곪아터진 군 의료체계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6일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길 이병의 죽음을 책임져라” “이러니 다들 자식을 군대 안 보내려는 것 아니냐” 는 등의 글이 쏟아져 들어왔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군 의료체계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

의료 인프라 모 대학병원에서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된 뒤 군의관으로 임관한 이모 대위는 노씨 진료를 맡을 당시 첫 임지인 국군광주병원에 부임한 지 3일밖에 안된 신참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단기 군의관들이 진료일선에 나서는 것은 절대부족한 의료인력 때문이다.

노련하고 경험 많은 영관급 군의관은 정원보다 130여명이나 적고 대위로 임관하는 전문의도 정원에 비해 70여명이나 모자란다. 이 때문에 연대급 부대에 전문의 1명, 대대급 부대에 일반의 1명을 보내기도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의료설비는 더욱 열악하다. 현재 19개 군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MRI는 7대로 필수소요보다 3대나 모자라고 CT는 18대가 있어야 하지만 10대밖에 없다.

수술용X선기의 경우 18대를 갖추고 있지만 20~30년씩 된 고물이 많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군의관들의 설명이다. 이러다 보니 MRI 한번 찍으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병사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접근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병을 핑계삼아 열외하려 한다’는 지휘관이나 동료들의 시선 때문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는 게 병사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지난해 10월 입대했다 급성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심모(21)씨의 부모는 “여기저기 아프다고 했지만 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꾀병이라고 몰아 부치며 병원에도 잘 보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도 노씨 사건의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열악한 군 진료여건과 고참이나 지휘관들의 압력 때문에 병사들이 진료요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국방부는 군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군병원을 현대화하고 군의관의 보수를 국ㆍ공립병원 수준으로 올려 우수한 민간의사를 영관급 장교로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병사를 대하는 기본인식이 변하지 않은 한 제2의 노씨ㆍ길씨 사건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국방위 임종인(열린우리당) 의원은 “문제는 병사들을 인간이 아닌 소모품으로 인식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광웅 국방장관은 이날 여단장급 이상 지휘관 및 의무관계관 앞으로 보낸 ‘장관서신’에서 “노씨 사건은 의료서비스의 미흡과 불충분한 진료기록에서 비롯됐지만 진료기록 추후 가필에 대한 보고 부실이 더 큰 불신을 불러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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